‘까칠’ 유시민도 사로잡은 나영석 PD의 매력

입력
2018.09.24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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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알쓸신잡 3’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인 김상욱(왼쪽부터) 박사, 유희열, 유시민 작가, 김진애 박사, 김영하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
20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tvN ‘알쓸신잡 3’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인 김상욱(왼쪽부터) 박사, 유희열, 유시민 작가, 김진애 박사, 김영하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

“시즌 4때는 더 불쌍한 모습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나영석 PD가 유시민(60) 작가에게 고개를 숙였다. 또 한번 출연자로 모시겠다는 부드러운 압박이었다. 일명 ‘나영석 사단’은 거미줄 같다. 한 번 들어가면 절대로(?) 빠져 나올 수 없게 옭아매서다. 신기한 마력을 지닌 ‘나영석 사단’에 유시민이 합류한지도 1년이 넘었다. 지난해 6월부터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한 유 작가는 올해 세 번째 시즌까지 참여했다. ‘알쓸신잡 3’는 21일 첫 방송됐다.

도대체 나 PD의 어떤 매력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 작가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 최근 열린 ‘알쓸신잡 3’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유 작가에게 ‘나 PD의 어떤 점에 이끌려 시즌 3까지 오게 됐느냐’고 물었다. 유 작가의 대답은 심플했다. “나 PD가 하자고 하면 거절하기 힘들다”고.

“저를 계속 ‘알쓸신잡’에 집어넣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런데 같이 하자고 하면 이상하게 거절하기 힘듭니다. (나 PD가) 처량한 표정으로 와서 본론 얘기는 안하고 엉뚱한 얘기만 하거든요. 그러면 측은지심이 발동이 되어서 거절하기 힘들어요.”

나 PD는 “시즌 1때 유 작가님을 모셔왔을 때도 ‘각 분야의 어벤져스를 만들고 싶다. 캡틴 아메리카가 되어 주십시오’ 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가장 센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가장 존경 받는 사람인 것 같아요. ‘시민 쌤’이 중심을 잡아주시기 때문에 각 분야의 선생님들이 얘기를 잘 해주신 듯합니다. 시민 쌤이 가끔은 틀린 말도 해주시지만(웃음), 그런 시민 쌤을 (시청자들이) 봐주시는 건 지금 이 시대의 현실과 맞닿는 말씀을 해주시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면서 나 PD는 유 작가에게 한 마디를 더했다. 그는 “(유 작가의) 그런 말씀들이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며 “우리 같은 ‘방송쟁이’들은 그런 것을 놓치지 않고 시청률로 연결시킨다. 시즌 4때는 더 불쌍한 모습으로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나 PD의 ‘섭외력’이라면 ‘알쓸신잡’ 시즌 5에서도 유 작가를 보게 될 듯싶다.

나영석 PD가 20일 열린 tvN ‘알쓸신잡 3’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CJ ENM 제공
나영석 PD가 20일 열린 tvN ‘알쓸신잡 3’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CJ ENM 제공

나 PD는 유독 나이 많은 출연자들과의 ‘케미’가 돋보인다. 그가 KBS를 떠나 CJ ENM으로 이적해 처음 만든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을 할 때부터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노년의 배우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컨셉트는, 말이 쉽지 섭외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이제는 친근하게 ‘직진 순재’로 불리는 이순재는 나 PD가 섭외요청을 하자마자 단칼에 잘라버렸다. 이순재(84)는 “나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지금의 ‘꽃할배’를 떠올리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응이다. 그러나 나 PD는 프로그램의 첫 단추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포기하지 않았다. 신구(83)를 찾아가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하고 출연 제안을 했다. 뜻밖의 승낙을 받았다. 신구를 캐스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순재도 합류했다. 상상만 했지 실현이 될 줄 몰랐던 꿈을 이뤘다.

나 PD는 이후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을 ‘순재 쌤’ ‘신구 쌤’ ‘근형 쌤’ ‘일섭 쌤’이라고 친근하게 부른다. 지난 2013년 시즌 1부터 최근 종영한 시즌 4까지 5년 간 끈끈한 정이 쌓였다. 신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 PD를 두고 “사람이 참 좋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끝났어도 안무를 묻는 연락을 자주하고 살갑게 챙겨서다. ‘윤식당 2’에 합류하지 못한 것을 두고도 “나 PD가 시즌 2에서는 알바생에서 진급시켜주기로 했는데…”라며 일정상 참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tvN ‘윤식당2’ 방송화면 캡처
tvN ‘윤식당2’ 방송화면 캡처

‘꽃보다 누나’(2013)으로 인연을 맺은 윤여정(72)도 2년에 걸쳐 ‘윤식당’ 시즌 1, 2에 출연하면서 ‘나영석 사단’이 됐다. 윤여정은 영화 관련 인터뷰를 할 때면 항상 나 PD에 대해 언급하곤 한다. “인성이 됐다”고 하기도 하고, “보기보단 살갑다”며 나 PD를 챙긴다.

윤여정은 지난 1월 ‘윤식당 2’가 방송될 당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언론과 만났다. 그는 대뜸 자신의 휴대폰을 기자들에게 내밀었다. “나 PD가 문자를 보내왔다”면서. “선생님의 살신성인 덕분입니다”라는 메시지였다. 윤여정은 “나 PD를 비롯해 이우정 작가 등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참 좋다”며 “‘윤식당’이 끝나도 애프터서비스로 배려해주는 마음이 느껴지니 같이 일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나영석 사단’의 매력을 전했다.

이번 ‘알쓸신잡 3’에서도 나 PD가 출연진들과 엮어가는 ‘케미’는 관전포인트다. ‘알쓸신잡 3’ 첫 방송에서 그는 유 작가에게 “선생님, 양자역학에 대해서 설명 좀 해주세요”라고 하고, “설명 또한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요. 제가 부족한 건가”라며 자신을 낮춘다. 시즌 1에서 주옥 같은 명언을 쏟아내던 소설가 김영하가 재합류하자 “요즘도 언어수집 하세요?”라고 물으며 근황도 챙긴다. 나 PD 특유의 친화력은 ‘알쓸신잡 3’에도 고스란히 담기고 있다.

사실 ‘알쓸신잡’은 나 PD와 유 작가가 합동작전을 펼친 프로젝트다. 유 작가는 “내가 유럽 가자고 해서 나 PD가 말렸다. 좀 힘들 거라고 신중하게 생각하라고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리스의 아테네와 이탈리아의 피렌체,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등 세 개 도시를 돌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유 작가가 유럽이야기를 꺼내면서 시작된 것. 유 작가는 “국내 도시들은 우리가 기본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유럽 도시는 그렇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다”며 “첫 방송 나오면 알지 않겠나. 완전히 망할지 어떨지”라고 말했다. 쓸데없는 기우였다. 첫 방송 시청률이 5.1%(닐슨코리아)로 성공적이었다. ‘나영석 사단’의 마법이 이번에도 통한 것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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