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여당대표 이해찬의 한달, 뜨겁게 달군 ‘말말말’

입력
2018.09.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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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다. 이날 회의는 대통령, 민주당 의원 전원과 총리, 국무위원이 참석해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다. 이날 회의는 대통령, 민주당 의원 전원과 총리, 국무위원이 참석해 향후 국정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당내 최다선인 7선 의원, 친노(盧) 좌장이라는 수식어로 취임 전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던 이 대표는 대표 당선 직후부터 이념을 넘나드는 광폭 행보 속에 연일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며 정국의 중심에 섰다. 취임 한 달간 이 대표가 쏟아낸 화제의 말들을 돌아봤다.

 “국민을 위한 최고 수준의 협치를 추진하겠다” (8월 25일 당선 수락연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선 된 후 수락연설을 통해 ‘협치’를 언급했다. 독선과 불통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듯 취임과 동시에 ‘최고 수준의 협치’ 카드를 꺼내들고 소통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야당과 진솔한 자세로 꾸준히 대화하겠다”면서 “주제와 형식에 상관없이 5당 대표 회담을 개최하고 싶다”며 여야 회동을 깜짝 제안하며 이목을 끌었다.

 “평화와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 (8월 27일 국립현충원 참배) 

취임 첫날인 지난달 27일 이 대표는 새 지도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이 대표 삶의 궤적을 볼 때 이승만ㆍ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은 찾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는 파격 행보였다. 이 대표는 “건국 수립 70주년이고 이제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평화 공존의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두 분에게도 예를 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배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이 대표의 행보를 놓고 야권과의 협치를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 대표가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 대표가 2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있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가 되고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를 처음 찾았다” (8월 29일 첫 현장 최고위원회) 

이 대표가 지난달 29일 첫 지역 행보로 찾은 곳은 보수 정치의 상징으로 꼽히는 경북 구미시였다. 이날 이 대표는 구미시청 3층 상황실을 찾아 “박정희 대통령 고향인 구미에서 첫 현장 최고위를 개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분단 70년을 청산하고 평화, 공존의 시대를 열자는 의미고, 우리당이 전국적 국민 정당으로 대구 경북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미 방문을 통해 전달한 이 대표의 통합 메시지는 진보진영에서 불모지였던 구미를 거점으로 2년 뒤 대구 경북으로 진격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변화에 따른 고통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 

이 대표의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중장기적인 체질개선책에 집중됐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사회적 대통합, 한반도 평화경제시대 등을 제시하며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변화에 따른 고통의 시간을 지나야 한다”고 역설하며 예로 든 ‘전환의 계곡’은 여권에서 화제의 단어로 회자됐다.

 “수도권 공공기관 122곳 지방으로 이전 추진하겠다" (9월 4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 

이 대표는 같은 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하며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 중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 대상이 되는 122개를 적합한 지역을 선정해 옮겨가도록 하겠다”고 돌연 발표했다. 한마디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제동이 걸려 실효성을 잃은 카드에 대해 당정이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했고 논란도 재점화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요한 건 주택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다” (9월 3일 당최고위원회의)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3주택 이상, 초고가 주택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강화”(8월 30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 “정부에 부동산과 관련해 국민의 걱정을 완화하는 조처를 해주길 요청했다”(8월 31일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 “더 중요한 건 (주택)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다”(9월 3일 당 최고위원회의), “토지 공개념을 도입해 놓고 20년 가까이 실체를 만들지 않아 집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9월 11일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등 구두 개입이 줄을 이었다. 실세 당대표의 말에 시장은 반응했고 이후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13일 나온 정부의 규제 대책에 대해 “이해찬이 주도했고 기재부가 거든 정책”이라는 당내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토론도 격이 맞아야 하는 거다” (9월 17일 취임 후 두 번째 기자간담회) 

각자의 경제성장론을 놓고 토론하자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을 일축한 이 대표의 돌발 답변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취임 후 두번째 기자감담회가 열린 17일 한 취재진이 김 위원장의 공개 토론 제안에 대한 이 대표의 의사를 묻자 “출산주도성장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하고 토론할 가치가 없다”면서 단칼에 거부한 것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출산주도 성장’을 얘기했다가 여성들의 반발을 사며 논란이 된 것에 대한 이 대표식 일갈이었다. 한국당은 이에 논평까지 내고 “오만불통의 자세를 내려놓고 집권 여당 대표의 격에 맞게 토론에 응하라”고 반발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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