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들, 메이 브렉시트 협상안 거부

입력
2018.09.21 16:47
수정
2018.09.21 17:5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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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 기념촬영 직후 EU국 정상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잘츠부르크=AP 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 기념촬영 직후 EU국 정상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잘츠부르크=AP 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과 관련해 EU와 소속 국가 정상들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제시한 안(案)에 퇴짜를 놨다. 교착 국면에 빠졌던 영-EU 간 협상의 돌파구가 생길 것으로 기대됐던 EU 정상회의가 별 소득 없이 끝나면서, 영국이 어떤 합의도 하지 못한 채 EU와 관계를 단절하는 이른바 ‘노딜(No-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더 커지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 후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인) ‘체커스 계획’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와 별도로 “우리는 모두 체커스 계획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체커스 계획은 영국이 EU 탈퇴 이후에도 공산품과 농산품 등에 EU와 같은 상품 규제 체제를 유지하고, 관세동맹에 남는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이다.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면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국인 아일랜드 간 국경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는데,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만 EU의 관세동맹에 남길 경우 영국과의 통합성이 저해된다는 이유로 체커스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영국과 EU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노딜 브렉시트 사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 영국은 체커스 계획을 계속 고집하고, EU국 정상들은 쉽게 양보할 의사가 없는 상태다. 크리스 크레일링 영국 교통장관은 이날 BBC에 “영국은 체커스 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EU가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경우 아무런 협상 없이 EU와 결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그들(브렉시트 강경론자)은 유럽 없이 살 수 있다고, 브렉시트로 인해 많은 돈이 영국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어떤 식으로든 결단이 내려질 것으로 관측됐던 이번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EU가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메이 총리의 입지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메이가 총리로서의 권위와 체커스 계획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공격만 받고 끝났다”며 “보수파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안은 보수당 내 강경파들로부터 강한 반대를 받고 있다.

한편 영국과 EU는 오는 10월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협상시한을 11월로 연장했다. 영국은 2019년 3월 29일 자동으로 탈퇴하게 된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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