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TALK] 9ㆍ13 대책에 고민 많은 세종 다주택 공무원들

입력
2018.09.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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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아종’(세종 고운동, 아름동, 종촌동)과 평촌 중 하나는 처분해야 하는데, 고심중입니다.”

경제부처 박모(41) 서기관이 최근 털어놓은 고민입니다. 공무원 부부인 그는 정부세종청사가 이전하기 전부터 과천청사 인근 안양시 평촌동 아파트에 거주했습니다. 지난 2011년 박 서기관 소속 부처와 아내 소속 부처가 모두 세종청사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세종 아름동에 30평대 아파트를 분양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아내의 부처는 과천에 남아있어, 세종과 안양에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남 보기엔 번듯한 1가구 2주택자지만 이로울 것도 없다는 게 박 서기관의 얘깁니다. 세종과 안양시 동안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기 때문인데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면 2주택자는 양도소득세를 기본세율(6~42%)에 10%포인트를 가산해 내야 합니다. 집값 급등 지역에 집이 두 채나 있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양도차익도 크지 않다는 게 박 서기관의 설명입니다. 그는 “’고아종’처럼 정부청사에서 멀거나 BRT(간선급행버스) 정류장에서 먼 아파트는 집값이 오르지도 않았다“며 “양쪽 주택 중 하나는 팔아야 하는데 양도세만 더 물어야 해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또 다른 세종 공무원 커플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김모(32) 사무관과 서모(30) 사무관은 같은 부처에서 만나 지난해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결혼 전 세종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습니다. 내년 가을 김 사무관이 보유한 아파트가 완공되면 1가구 2택자가 되는 셈입니다. 김 사무관이 아파트 1채를 처분할 시점을 가늠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부동산 독학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9ㆍ13대책에는 조정대상지역 내 일시적 2주택자가 주택 양도 시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3년에서 2년으로 줄어, 시기를 자칫 잘못 정하면 양도세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게 이 부부의 걱정입니다.

하지만 관가(官家)에서는 이런 속사정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공무원은 청렴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데다, 세종으로 이주한 공무원이나 준공무원들은 건설 물량의 70% 범위 안에서 특별공급을 받는 혜택을 누렸기 때문이지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2010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세종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9만5,762호입니다. 이 중 공무원과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 직원 등에게 특별공급된 아파트는 5만2,542가구에 이릅니다. 이 같은 특혜를 받은데다 정부 시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부동산 규제 강화로 피해를 봐도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서울에 고가 아파트를 소유해 종합부동산세를 내고 있다는 경제부처의 한 서기관도 9ㆍ13 대책 때문에 내년부터 보유세를 더 내야 한답니다. 9ㆍ13 대책에 불만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라면 내야겠지요?”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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