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경영학] 고객을 고객으로만 보지 않은 자포스

입력
2018.09.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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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ㆍ시민사회 장관을 ‘외로움 문제’ 담당 장관으로 겸직 임명했다. 적십자 조사에 따르면 영국 인구 6,500만명 가운데 900만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노인 360만명은 TV를 ‘가장 친한 동반자’로 꼽았고, 17~25세 청년 중 절반 가까이가 외로움 때문에 상담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영국이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장관을 임명한 이유다.

이런 현상은 영국만의 일은 아니다. ‘외로움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누군가 나와 눈 맞추며 내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때, 존재감을 확인하며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만약 나를 수많은 고객 중 하나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대우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까.

이런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자포스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하버드비지니스리뷰(HDR)는 자포스를 ‘고객 서비스를 위해 극단까지 간 회사’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보단 ‘고객의 행복을 위해 극단까지 간 회사’라고 평가하는 게 보다 정확하다.

고객 행복을 위한 자포스의 핵심 도구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자포스는 고객 전화 응대를 하는 콜센터를 ‘콘택트센터(Contact Center)’란 이름으로 운영한다. 창업자인 토니 셰이는 이렇게 말한다. “전화는 최고의 브랜딩 도구다. 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고객과 5~10분 이야기할 수 있다. 그건 낭비가 아니라 좋은 투자다.” 이곳 직원들은 고객과 감정적인 유대감을 맺는 걸 중요시한다. 고객과 10시간 이상 통화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선물하려고 샀던 신발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에게 위로의 꽃을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런 경험이 자포스의 충성고객을 만든다. 그리고 이들의 추천으로 자포스는 더 많은 고객과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는 단순 물류센터가 아닌, 주문처리센터(Fulfillment Center)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온라인 거래 업체들은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주문을 제조업체에 보내 배송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고객이 주문하고 물건을 받기까지 많은 부분을 다른 회사에 의존해야 한다. 고객의 주문처리(Fulfillment)에 빈틈이 생길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포스는 모든 제품을 사 재고를 보유한 상태에서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담당직원이 창고에서 찾아 직접 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주문처리센터로 인해 미국 전역(하와이ㆍ알래스카 제외)의 고객들은 주문한 다음 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직원들의 행복이다. 직원들의 행복을 높이기 위한 자포스의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기업문화는 너무 유명하다. 아마존이 자포스를 인수한 이유가 자포스의 기업문화 때문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행복한 직원들은 고객 서비스를 더욱 잘 펼 수 있다. 그로 인해 고객들의 행복감도 높아진다.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이란 저서에서 ‘연결성의 역설로 하이테크 시대의 사람들은 더욱 인간적인 관계를 갈망하게 된다’고 적었다. 인간적인 관계의 핵심은 고객을 오롯이 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다. 연결성의 시대에 사람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잡으면 세상을 얻을 수 있다.

전창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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