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체의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합의한 남북, 조속히 실행에 옮겨라

입력
2018.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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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이 19일 채택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해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시범 철수, 군사분계선 일대 군사훈련 중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남북 간 우발적 군사충돌 방지를 위한 여러 방안이 포함됐다. 육상과 해상, 공중을 포함한 한반도의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키로 한 것이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DMZ 지뢰 도발 사건 등 수많은 군인들이 희생된 남북 간 크고 작은 충돌이 사라질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와 성과가 작지 않다.

’한반도의 화약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지대화 합의가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1, 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등 숱한 남북 무력대결이 펼쳐졌던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지정한 것은 군사적 긴장 완화의 상징적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1953년 NLL 설정 이후 야간 어로 금지 등으로 생계에 지장을 받아 온 어민들의 시름을 덜고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그동안 논란이 돼온 공동어로구역 범위에 대한 협의는 과제로 남아 있다. 2007년 ‘10ㆍ4 선언’에도 같은 합의가 있었으나 기준선을 NLL로 할지, 아니면 북측이 설정한 ‘서해경비계선’으로 할지를 놓고 이견이 노출돼 무산된 전례가 있다. 남북 간에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조속히 후속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상과 공중에서 군사분계선 일대 각종 군사훈련 중단과 비행금지 구역 설정도 종전 합의보다 진전된 내용이다. 이는 비무장지대 내 남북 GP 22곳 철수와 공동 유해 발굴, JSA 비무장화 합의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가 실천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가동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듬해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로 불발됐던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은 남북 군사합의의 이행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성격이 짙다. 다양한 군사현안 협의 차원을 넘어 사실상 남북 군비통제 논의의 출발점으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과거 군사분야의 경우 남북이 합의해놓고도 번복되거나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 남북 군사당국은 말뿐이 아닌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겨지도록 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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