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성추행 이윤택, 미투 첫 실형

입력
2018.09.19 17:03
수정
2018.09.19 21:43
14면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6월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6월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단원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미투 운동’으로 지목된 유명인사에게 내려진 첫 실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19일 이 전 감독의 상습강제추행ㆍ유사강간치상 혐의 공소사실 중 강제추행 18건 등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10년간 취업제한도 명했다. 앞서 검찰은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이나 배우들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 범죄를 자행했다"며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 처지를 악용했다"고 밝혔다. 또 이 전 감독이 "완성도 높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며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편승해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있다는 등 책임을 전가했다”고 질타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로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전 감독 측은 재판과정에서 “미투 운동에 편승한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거나 “연기지도를 위해 동의 받은 정당한 행위”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영향력 때문에 단원이나 배우들의 문제제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어 자신들이 당한 피해를 늦게나마 밝힌 것이지 고소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다”고 봤다. 또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성추행 행위는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추행을 한 것일 뿐 피해자들이 동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측 이명숙 변호사는 “미투 사건 최초의 실형 선고이자 추행의 상습성을 인정한 판결”이라며 “피해자에게 왜 ‘NO’라고 하지 않았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동의 받지 않으면 성폭력’이라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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