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톺아보기] 활음조

입력
2018.09.16 09:44
29면

우리말의 자음은 발음법에 따라 장애음과 공명음으로 나눌 수 있다. 장애음은 성대에서 올라온 공기가 입안을 통과할 때 입안의 통로를 막거나 마찰을 시켜 내는 소리로서 ‘ㄱ, ㄷ, ㅂ, ㅅ, ㅈ, ㅊ, ㅋ, ㅌ, ㅍ, ㅎ’ 등의 자음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공명음은 성대에서 올라온 공기가 입안이나 코안에서 흘러나갈 때 통로를 막지 않거나 작게 막고 입이나 코안을 울려 내는 소리로서 비음인 ‘ㄴ, ㅁ, ㅇ’과 유음인 ‘ㄹ’이 있다. 우리가 코를 잡고 ‘ㄴ, ㅁ, ㅇ’을 발음하면 발음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공기를 코안에서 흘려보내야 비음을 발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음인 ‘ㄹ’ 역시 입안에서 혀의 양 옆으로 공기를 흘려보내야 발음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음은 입안의 통로를 막거나 마찰을 시켜 내는 소리이기 때문에 소리가 거칠게 들리는 데 비해 공명음은 조음기관의 통로를 막지 않고 공명을 시켜 내는 소리이기 때문에 부드럽게 들린다.

그래서 국어에는 소리를 부드럽게 하고 발음을 쉽게 하고 위해 장애음을 공명음으로 바꾸기도 하는데, 이를 활음조(滑音調)라고 한다. 국어의 활음조에는 주로 ‘ㄹ’ 음이 많이 사용되어 ‘모단(牡丹)’이 ‘모란’으로, ‘보제(菩提)’가 ‘보리’로 ‘도장(道場)’이 ‘도량’으로 바뀌었다.

또한 ‘ㄴ’ 음과 ‘ㅇ’ 음이 ‘ㄹ’ 음으로 바뀌어 ‘허낙(許諾)’이 ‘허락’으로, ‘곤난(困難)’이 ‘곤란’으로, ‘희노애락(喜怒哀樂)’이 ‘희로애락’으로, ‘폐염(肺炎)’이 ‘폐렴’으로 바뀌었고,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해 받침을 생략하기도 하여 ‘육월(六月)’이 ‘유월’로, ‘십월(十月)’이 ‘시월’로, ‘초팔일(初八日)’이 ‘초파일’로, ‘목과(木瓜)’가 ‘모과’로 바뀌었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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