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킬러’ 큰 일교차, 당신의 심장을 노린다

입력
2018.09.17 22:06
수정
2018.09.18 07:5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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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에는 심장에 무리가 생겨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요즘처럼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에는 심장에 무리가 생겨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루 기온차가 큰 환절기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커지면 심혈관 질환이 급증한다. 기온 변동이 심하면 인체가 이에 적응하면서 하루 10만번 이상 뛰는 심장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10도 이상이 되면 심장과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4%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다(2015년 기준). 10년 전보다 사망률이 41.6%나 증가했다.

◇협심증, 돌연사의 주원인

수도관이 오래되면 이물질이 쌓이는 것처럼 혈관도 나이 들면서 지방이 축적된다. 이때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진다. 이런 증상이 심장 주위의 관상동맥에 나타나면 심장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협심증이 생긴다.

협심증은 가슴 압박감이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주 증상이다. 목과 어깨까지 통증이 번지기도 한다. 흔히 운동할 때 통증이 생기면 협심증, 쉴 때 통증이 생기면 협심증과 유사하지만 상태가 심하다면 심근경색일 수 있다.

박준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흡연, 당뇨병이 위험 인자인 협심증은 가슴 통증이 10~20분 내 회복되는 증상이 반복되고,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흉부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좁아진 혈관을 건강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혈관이 완전히 막혀 심장세포와 조직, 근육이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 죽는 심근경색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부정맥, 심장리듬 깨져 나타나

심장은 일정한 리듬으로 끊임없이 뛴다. 그런데 전기 전달체계에 변화나 이상이 생기면 심장의 정상 리듬이 깨진다(부정맥ㆍ不整脈).

부정맥은 크게 1분에 100회 이상으로 뛰는 빈맥성 부정맥, 60회 미만으로 심장이 뛰는 서맥성 부정맥으로 나뉜다.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뛰면 심방세동(細動)이다.

빈맥(頻脈)은 심장 윗집인 심방과 아랫집인 심실을 연결하는 전기통로 외에 부수적인 전기통로가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다. 평소 별문제 없다가 부수 전기통로를 통해 전기가 잘못 전달되면 쳇바퀴 돌 듯 전기가 빨리 빙글빙글 돌아가는 전기회로가 생겨 가슴이 빠르고 세차게 두근거리게 된다. 대부분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으면 안정이 된다.

심장이 아주 빨리 뛰는 빈맥은 급사하는 병이 아니라 시술로 고칠 수 있는 질환이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시술 다음날이면 퇴원할 수 있다. 고주파도자절제술이 가장 많이 실시되고 있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은 동결절 기능장애와 방실차단 등이 대표적 원인이다. 동결절 기능장애는 맥박을 생기게 하는 기관인 동결절이 노화 등으로 기능이 약해져 생긴다. 심장이 느리게 뛰어 기운이 없고 걸을 때 숨차거나, 심장이 몇 초씩 멈추면서 어지럽고 정신까지 잃을 수 있다. 느린 맥박을 정상적으로 만들어 주는 ‘인공심장박동기’ 시술로 치료한다.

방실차단은 심방과 심실 사이에 전기를 전달하는 방실결절 부위가 약해지면서 전기가 잘 전달되지 않아 서맥이 생긴다. 맥박이 아주 느려지면 쓰러지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므로 응급조치를 해야 하고, 인공심장박동기 시술도 필요하다.

그러나 심방세동과 같은 악성 부정맥이 생기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평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숨차면서 심장박동이나 맥박에 이상이 생기면 왼 손목 맥을 짚어 1분당 맥박수를 체크해 증상이 심하거나 자주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박 교수는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술, 담배, 카페인을 줄이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며 “특히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부정맥으로 인한 돌연사 위험이 커지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심부전, 노화증상과 비슷해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을 몸에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병이 심부전(心不全)이다. 심부전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다른 심장질환이 심장을 점점 해쳐 심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생기기 때문이다. 고혈압ㆍ당뇨병 등 심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에 걸리면 마지막 단계에 필연적으로 걸린다. 그래서 ‘심장질환의 종착역’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심부전이 생기면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하는 탓에 호흡곤란이 먼저 찾아온다. 초기에는 가벼운 운동 뒤에 호흡이 곤란해지지만 악화되면 가만히 있어도 숨 가쁘고, 쉬어도 계속 피로해진다. 자다가 갑자기 숨이 차 깨기도 하고, 발목 등에 부종이 생기고 복수(腹水)가 차기도 한다.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1.5%(75만명)로 추정되고 있다. 2040년에는 환자가 2배 늘어나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은석 대한심장학회 산하 심부전연구회장(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우리나라도 80세 이상에서 10% 이상 늘고 있다”고 했다.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하루 20~30분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과 같은 유산소운동이 좋고, 당분이나 나트륨(소금), 포화지방 섭취를 줄여야 한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등 혈관 건강을 악화시키는 원인 질환 관리도 필요하다. 강시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 기능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는 독감이나 폐렴에 걸리면 심장에 더 큰 부담을 주므로 폐렴과 독감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대한심장학회)

-담배는 반드시 끊습니다.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입니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합니다.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합니다.

-적정 체중과 허리 둘레를 유지합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합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정기적으로 측정합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합니다.

-심장 응급 증상을 숙지하고 발병 즉시 병원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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