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트럼프를 응원하는 이유

입력
2018.09.12 18:37

불안한 외교 정책에 국내 정치도 위기

김정은과 함께 한반도 정세 반전 주도

2차 북미정상회담 ‘톱다운 빅딜’ 기대

9.11테러 17주기를 맞은 11일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캘리포니아주 코르테 마데라의 북페시지에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9.11테러 17주기를 맞은 11일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가 캘리포니아주 코르테 마데라의 북페시지에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브로맨스’가 재가동되면서다. 시기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밥 우드워드의 신간과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 파문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국면을 전환시키고 중간선거에 내세울 카드로 북핵 문제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취소 이후 일련의 흐름만 보면 북미 양국의 협상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반면 핵무기 신고와 종전선언의 선(先) 이행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이 여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취소와 번복이 오갔던 1차 정상회담의 롤러코스터를 반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즉흥적 스타일과 좌충우돌 행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사실 불안하다. ‘미국 우선’을 앞세운 트럼프주의는 중국과의 관세전쟁을 불렀고 서방 국가들이 이란과 맺은 포괄적 핵합의를 백지화시켰다.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는 그의 협박에 시달리지 않은 동맹국이 없을 정도다. 우드워드 기자의 저서 ‘공포’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들이 대통령 지시로 작성한 한미FTA 폐기 문건을 몇 차례나 감췄으며, 평창 동계올림픽 전후 핵탑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대북 압박 계획을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저지했다고 한다.

미 국내 정치 상황까지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의에 기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솔직히 걱정스럽긴 하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하는 뮬러 특검이 트럼프를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탄핵 여론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최근 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의견이 49%로 반대 의견(46%)을 넘어섰다. 탄핵의 현실화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브로맨스가 한여름 밤의 꿈으로 끝나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트럼프-김정은 콤비가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도하는 엄연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풍계리 핵실험장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게 채 1년이 안 됐다. “내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시켰다.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협상 회의론에 맞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박이 과장된 게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1월 신년사를 통해 내민 화해의 손길을 트럼프 대통령이 잡지 않았다면 현재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반도의 운명이 트럼프라는 불안한 정치인에게 맡겨진 역설적 상황이다. 여기에 기댄 보수 일각에서 트럼프가 내치(內治)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이벤트로 알맹이도 없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비판하지만 과하다. 6ㆍ12 싱가포르 회동 이후 마지막 냉전지대의 해체라는 분명한 목표를 향하고 있는 트럼프-김정은 콤비의 행보를 응원하고 옆길로 새지 않도록 중재하는 게 도리어 현명하다. 미국 주요 언론을 포함한 주류 세력이야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이단아 취급하며 비판할 수 있지만 역사의 대전환점에 선 우리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다.

북미 공히 2차 정상회담을 미적거릴 여유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로 코너에 몰렸다면 김정은 위원장도 경제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교착 국면의 타개가 시급한 형편이다. 북미가 이번에도 명실상부한 비핵화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국제사회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두 정상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1차 정상회담에서 70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신뢰회복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2차 정상회담은 비핵화 빅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이 틀렸다는 것을 우리 둘이 증명할 것이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현실화하길 응원한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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