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가장 빠른 5G 주도권" 전쟁

입력
2018.09.23 14:00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도 다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제조업체와 통신 사업자들이 차세대 무선 네트워크(5G)의 시범 및 출시를 서두르는 한편 양국 정부도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상대방 기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5G는 4차 산업혁명의 근간으로 4G보다 100배 빠르다. 이는 무인자동차 작동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고, 원격의료로 복잡한 수술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HIS에 따르면 2035년 5G 관련 세계시장 규모는 12조3,000억(1경4,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1G~4G를 주도해 온 건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의 기업이었지만 ‘중국제조 2025를 앞세운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5G에서만큼은 절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며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특히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화웨이의 임직원과 연구진은 5G가 핵심 기술로 선정되었음을 자축했다. 이는 통신기술을 지배하기 위한 중국에 있어선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날 에릭 쉬 화웨이 CEO는 “미래를 마주하면서, 우리는 5G의 등장이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전 세대의 이동통신망 개발에서 서방국에 뒤처진 뒤 일찍부터 5G를 우선적으로 개발해 왔다. 컨설팅 회사 델로이트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부터 약 35만 개의 기지국을 건설해왔는데 이에 비해 미국은 아직 3만 개가 채 되지 않았다. 또 중국은 1만 명당 14.1개의 셀사이트(이동통신망 기지국)를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은 4.7개에 그쳤다. 연구 보고서는 향후 5년간 중국은 5G에 1조 달러를 투자할 계획인데, 이를 통해 중국 5G 기지국 건설 비용이 미국보다 35% 저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을 따라잡으려면 중국보다 2.67배 더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본격 행동에 나섰다. NSF(미국국립과학재단)이 “미국은 유럽, 한국, 일본, 중국에 비해 (5G 분야에서) 매우 뒤처져 있다”다고 위기감을 고조시킨 보고서를 낸 뒤, 미국 내부에서 5G 개발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지난 8월 초 연방통신위원회는 소형 셀룰러 전송기를 관리하는 지역의 규정과 요금을 무효화함으로써 5G 네트워크 구축을 가속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는 5G와 차세대 무선 통신망을 위한 학술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에 ‘백도어’(몰래 설치된 통신 장치)를 설치하고 자국 통신 시스템을 교란할 가능성이 제기하는 등 중국 업체 견제에 직접 나섰다. 2012년 미국 의회에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를 대미 스파이 활동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ZTE와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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