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디젤을 피해서 또 다른 독일 디젤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입력
2018.09.10 06:23
디젤 게이트, 화재에도 독일산 디젤 차량의 인기는 여전하다.
디젤 게이트, 화재에도 독일산 디젤 차량의 인기는 여전하다.

클린 디젤이라고 알려졌던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이 '속임수'의 결과라는 소식으로 촉발되었던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와 '이유를 떠나' 안도할 수 없는 BMW 디젤의 화재 사건으로 인해 최극 국내 자동차 시장은 말 그대로 독일 브랜드와 디젤 엔진에 대한 공분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과정이나 진실을 떠나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많은 비용을 주고 구매했던, 그리고 그렇게 자랑스러웠고, 선망했던 독일의 차량들이 이렇게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오너들은 '죄인'과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고, 리콜 이후에는 이전과 같지 않은 TDI 엔진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근래의 BMW 디젤 차량 오너들은 '주차조차 마음 편히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독일 산 디젤 차량에 대한 열정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수입차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선두 일선에는 아우디 A6 35 TDI가 이름을 올렸고 그 뒤를 폭스바겐 티구안과 티구안 올 스페이스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독일 디젤, 특히 디젤게이트의 시작인 '폭스바겐 그룹'의 차량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BMW 디젤의 화재 사건으로 인해 8월의 BMW 디젤 모델이 판매 상위권에서 사라진 걸 확인할 수 있다. 실제 BMW 8월 판매량은 7월 대비 39.8%, 그리고 2017년 8월 대비 41.9% 급감했다.

그리고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돌려 보더라도 독일 디젤 차량의 강세는 계속 이어져왔다.

지난 6월에는 폭스바겐 티구안이 독일 산 디젤 차량 판매를 이끌었으며 그 뒤를 BMW 520d와 슬그머니 판매를 시작한 아우디 A6 35 TDI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메르세데스-벤츠 E220d 등이 디젤 강세에 힘을 더했다.

렉서스 E300h와 메르세데스-벤츠 E300, E200 등이 '비 디젤' 판매 일선에서 두각을 드러냈지만 절대적인 비교에 있어서 디젤에 눌려 있는 건 명확했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 7월도 같았다. 아우디 A6 35 TDI가 974대로 판매 1위에 올라섰고, 폭스바겐 티구안 역시 771대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 뒤를 메르세데스-벤츠 E220d와 BMW 520d 등 독일 디젤 세단들이 줄지어 포진했다.

비 디젤 모델에서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렉서스 E300h 그리고 BMW 520i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 디젤에 대한 공분, 하지만 '독일 디젤은 못 버려'

2018년 누적 판매를 살펴보더라도 비슷한 결과다. 8월 판매가 급락했지만 2018년 수입차 판매 1위는 바로 BMW 520d다. 그리고 누적 판매 10위에도 520d xDrive가 포진했다. 이외에도 티구안과 A6 35 TDI 등이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독일 디젤의 강세를 입증했다.

특히 판매 재개에 나선 폭스바겐의 경우 티구안(2WD) 외에 AWD 모델과 올 스페이스 등까지 '티구안 라인업'을 모두 합칠 경우에는 연간 판매 6천 대를 돌파하는 등 디젤 게이트 이전과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이전에 비해 가솔린 모델의 약진도 돋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 E200, E300 그리고 렉서스 ES300h 등이 선전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비 디젤 차량의 매력을 어필했고 상위권은 아니더라도 볼보, 캐딜락 등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중심적으로 판매하는 브랜드들 역시 꾸준한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독일 브랜드에 대한 불신, 그리고 디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또 시장에는 기존의 독일 브랜드 및 디젤 모델을 대체할 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독일 브랜드의 프리미엄'과 '디젤 차량의 효율성'은 외면하기 어려운 강점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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