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의 생명을 삼킨 '쌍용차 사태', 쌍용차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입력
2018.09.08 10:04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쌍용자동차는 응원의 대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SUV 전문 브랜드로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던 브랜드라 그 브랜드의 발전과 회생을 기대하던 이들이 많았다. 실제 다시 쌍용자동차는 90년대 초반부터 누적된 적자와 외환 위기의 한파 이후 독자적인 기업개선작업을 거쳐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회생의 과정을 보내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런데 2004년, 쌍용자동차는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헐값에 매각되며 '회생'이 아닌 답보에 머무르며 그 경영 상황이 더욱 좋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기술 유출까지 이어지니 그 동안 밟아오던 '느리지만 올바른 회생' 조차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2009년 4월 8일, 쌍용자동차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들며 전 직원의 36%인 2,646명을 해고하는 인력감축안을 포함한 경영정상화안을 내놓는다. 36%의 대상은 그 동안의 답보를 좌시한 경영진과 기술 유출의 주변인들이 아닌 평택 공장의 생산자들이 중심이 되었다.

이에 노조는 84%의 찬성으로 구조조정 반대 총 파업을 가결하고 5월 21일 평택공장을 점거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는 공격적인 자세를 보였고 주류 언론에서도 그 공격성을 집중적으로 노출했다. 하지만 최근 여러 보도를 통해 그 이면의 모습이 정말 많이 달랐음을 알 수 있다. 실제 파업 초기 파업 현장의 모습은 더 평온한 모습이었다.

당시 파업 초기에 보도된 내용이나 노조 측에서 공개한 영상, 사진들 역시 평화로운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파업에 나선 직원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공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측이 노조의 안을 만족해할 것'이라며 복귀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노조 측은 생산직들의 급여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순환 휴직 등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노조 차원에서의 대타협 수준'의 제안을 사측에 전한 것이다. 그래서 그럴까? 당시 강희락 전 경찰청장 또한 파업 초기에는 경찰을 통한 무력 진압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노조측의 기대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사측은 노조의 제안에 귀를 닫았고 사측의 제안에 집중했다. 그러는 사이 공장에서는 파업 및 집회을 파괴하는 용도로 고용되는 사측의 '용역 깡패'들이 등장해 폭력 사태를 유발했다. 이에 도색 공장 내 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들은 불침번을 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공장을 찾아 가족을 만나고자 했던 이들에게도 장벽이 세워졌다.

사측과 경찰은 가스와 전기 그리고 수도를 끊어 노조를 고립시켰고 식음과 지병을 앓은 이를 위해 약품 등을 전달하려는 가족, 지인들의 진입마저 차단한 것이다. 그리고 8월 4일과 5일, 용산참사의 악몽이 떠오르는 컨테이너 박스가 평택 공장 위에 올랐고,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며 힘으로 파업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9월이 되었다.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당시 사건에 대한 사실들이 알려졌다.

노조 측의 제안의 내용을 떠나 이미 쌍용자동차는 경찰과 결탁하여 진압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친위 쿠데타를 꿈꿨던 것으로 알려진 기무사는 물론, 국정원까지 평택 공장 안에서 사찰 활동을 펼친 것이 알려진 것이다.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이 상관인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무시하고 청와대에 직접 접촉, 최종 승인을 받아 경찰특공대 투입을 지시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며 결국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쌍용차 사태'를 청와대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지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로 인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소환되었고, 댓글 부대를 운영하여 정권을 보호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 횡령·뇌물수수 등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제 쌍용자동차가 답할 차례가 되었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 도대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었을까? 용역 깡패를 통해 폭력, 유혈 사태를 일으키고, 경찰은 물론이고 기무사와 국정원과는 어떤 목표와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나눴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공장을 폭발시키려 한다'며 노조를 폭력 집단으로 몰아 놓고는 막상 자신들이 먼저 공장 내 전기와 가스 그리고 수도를 끊어 도색 공정의 복구 조차 어렵게 만드는 선택을 했는데 이런 선택에 어떤 배경과 어떤 목표가 있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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