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반도 평화 구축 위한 서울안보대화에 부쳐

입력
2018.09.05 14:59
수정
2018.09.05 15:34

지난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울려 퍼진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처럼 남북관계에 화합과 평화의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판문점 선언을 시작으로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진 한반도의 평화 기류는 우리 안보 환경을 긴장에서 안정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본격적 과정이 남아 있지만, 급변하는 안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우리 국방은 비단 대외 환경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7월, 군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다. 병역자원의 급격한 감소와 4차 산업혁명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국방여건 변화에 대응하며 군을 혁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와 군 통신선 연결, DMZ 평화지대화 등 군사적 긴장 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국방부는 국제적 안보협력을 적극 주도해 온 2018 서울안보대화(Seoul Defense Dialogue, SDD)를 12일부터 14일까지 개최한다.

2012년 출범하여 올해 7회를 맞이한 서울안보대화는 우리 국방부가 주도하는 차관급 다자안보대화체이자, 아ㆍ태지역간 신뢰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안보 토론의 장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양적ㆍ질적으로 성장하며 주요 다자안보협의체로서 위상이 강화되었고, 국제사회의 안정과 질서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국방차관으로서 작년에 이어 올해 서울안보대화를 준비하면서 많은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오랜 기간의 반목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화합의 여정이 시작된 만큼, 참여국의 관심도 뜨겁다. 2012년 출범 당시 15개국 2개 국제기구가 참가하였으나, 올해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8개국과 UN, NATO 등 4개 국제기구가 참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안보대화는 초기의 아태 지역 중심에서 현재는 전 세계를 포괄하는 명실상부한 주요 글로벌협의체로서 자리매김했다.

서울안보대화의 논의 의제는 지역 내 평화와 안전뿐 아니라 해양분쟁, 사이버안보, 국제평화유지활동(PKO), 테러 등 초국가적·비전통적 안보 위협에 대한 논의까지 그 의제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 북한 핵 문제는 서울안보대화의 오랜 아젠다였으며 올해 역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주요 논의 안건이다. 다만 한반도 정세가 기존과 크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대한 보다 폭넓고 구체적인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서울안보대화는 현 정부의 신남방ㆍ신북방 정책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인 팀 마샬은 그의 저서 ‘지리의 힘’에서 한국을 강대국들의 경유지로 비유하였다. 그러나 지리적인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한국은 남방 지역과 북방 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국제협력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이는 신남방ㆍ신북방정책의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올해 서울안보대화에서는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 6개국과 국방차관회의를 최초로 개최하고, 작년에 이어 동남아 아세안 국가들과도 국방차관회의를 개최함으로써 호혜ㆍ맞춤형 국방협력을 통해 정부의 외교ㆍ안보 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보는 국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이 된 문제이므로 안보분야에서의 국가간 협력이란 쉽지 않은 과제일 수 있다. 하지만 대화와 교류를 통해 신의를 쌓는다면 요원한 일만은 아니다. 서울안보대화의 의미가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작년 서울안보대화에서 다자간 논의뿐 아니라 10여 개 국가와 양자회담을 진행하면서 국가 간 신뢰증진의 기회로서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였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기대감과 더불어 국방부가 주도하는 서울안보대화로 강하고 당당하고 유능한 국방외교의 새 계절이 열리길 바란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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