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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엘리베이터ㆍ식당 폭발 등
2014년 내전 이후 10여명 숨져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공화국의 지도자 알렉산드로 자하르첸코의 장례식에 몰린 추모행렬. 자하르첸코는 분리주의 세력을 이끌다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폭발사고로 숨졌다. 도네츠크=타스 연합뉴스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발발 이후 친 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지도자가 잇따라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있다. 독일 일간 도이체발레(DW)는 3일(현지시간) “지난 3년간 사망자가 10여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은신처가 기습 미사일 공격을 받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폭발하는가 하면, 40대에 돌연 심부전으로 쓰러지는 등 사망 원인도 석연치 않다. 반군을 소탕하려는 우크라이나와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는 러시아 간 책임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며 뒤엉킨 상황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공화국의 수장 알렉산드로 자하르첸코마저 폭사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자하르첸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시내 레스토랑을 찾았다가 폭발사고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숨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다음날 “우크라이나의 도발이라는 유력한 증거가 있다”고 규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현장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우크라이나 유격대원 여러 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도네츠크 의회 부의장인 블라디미르 마코비치(54)가 뇌종양으로 숨졌다. 이보다 수개월 전에는 분리주의 반군의 미하일 톨스티흐(36) 대대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로켓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톨스티흐는 ‘기비’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도네츠크의 아이돌로 통했지만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도네츠크의 ‘전설’ 아르센 파블로프(33) 대대장은 2016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폭발로 사망했다. 파블로프는 지원자로 구성된 스파르타 대대를 최정예로 양성,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수차례 결정적인 전투에서 승리한 영웅이었다. 특히 2014년 도네츠크 국제공항 전투 당시 헬멧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전투에 임해 언론에 현지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하면서 ‘모토롤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모토롤라 휴대폰으로 통화하듯, 국제사회와 의사소통을 제대로 한다는 의미다. 당시 도네츠크 반군은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거세게 비난했지만 러시아의 사주라고 반박하는 우크라이나를 옭아맬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도네츠크와 인접한 루간스크공화국의 분리주의 세력을 이끌던 발레리 볼로토프(46)는 지난해 모스크바의 아파트에서 심부전으로 숨졌다. 하지만 독살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앞서 볼로토프의 최측근 게나디 치카로프(43)는 2016년 쿠데타 모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자살했다. DW는 “1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지만 우크라이나 내전의 포연이 아직 멎지 않아 반군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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