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동 할머니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하라”

입력
2018.09.03 15:38
수정
2018.09.03 19:03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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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외교부 청사 앞 1인시위

“아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루라도 빨리 재단 철거하고 평화의 길을 열어주시오.”

여름의 끄트머리를 알리는 비가 세차게 쏟아진 3일 오전 9시. 우비를 입고 휠체어에 올라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2) 할머니가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 김복동’ 팻말을 들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 섰다.

이날 김 할머니가 쇠약한 몸을 이끌고 1인 시위에 나선 까닭은 팻말에 적힌 대로 2015년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즉각 해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화해치유재단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총리 사이에 체결된 한일합의에 기반,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이용해 여성가족부 소관 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이후 피해 생존자에게 쓰기로 했던 돈이 재단운영비로 사용되는 등의 논란이 불거지며 10억엔 반환과 재단 해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재단은 지난해 말 이사 전원이 사임해 현재 사실상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5일 전 복강경 수술을 받아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거리로 나선 김 할머니는 “속이 상해 죽을 것 같아서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나왔다”며 “얼굴도 모르고, 우리를 보러 오지도 않은 사람들이 할머니들 팔아서 그 돈으로 자기들 월급 받는 것이 우스운 일이 아닌가”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위로금을 받으려고 이때까지 싸웠는가, 위로금이라 하는 것은 천억을 줘도 우리는 받을 수가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재단을 철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할머니는 입장 발표 뒤 “여기 일본 기자 있냐”며 현장에 있던 아사히신문 서울특파원 타케다 하지무 기자를 불러 “우리가 했다, 미안하다, 용서해주시오, 그렇게만 말해달라고, 이 늙은 김복동이가 얘기하더라고 신문에 내 달라, 아베(총리)가 보도록, 귀에 들어가도록 전달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타케다 기자는 할머니 요청에 “잘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시위를 계획한 일본군성노예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한경희 사무총장은 “2015년 한일합의의 가장 문제는 할머니들을 기만하고 그 인권과 노력을 무산시킨 것”이라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 절차가 화해치유 재단의 해산”이라고 밝혔다.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돼야 명예 회복이 되고 공식 사죄나 법적 배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연은 김 할머니의 1인 시위를 시작으로 9월 한 달간 매일 외교부와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동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정의연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 시민 역시 1인 시위 신청이 가능하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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