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 몸 사리는 의원들… 복지위 82% “답변 곤란”

입력
2018.09.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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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명 중 18명이 “의견 밝힐 수 없다” 

 4명은 “개편 필요” “보험료율 단계 인상” 

 국회에 개편안 넘겨도 법안 처리 난망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강남 사옥. 홍인기 기자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 강남 사옥. 홍인기 기자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제도 개편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내려졌지만, 정작 국민연금법 개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잔뜩 몸을 사리고 있다. 한국일보 조사 결과 담당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80% 이상은 국민 여론의 눈치만 살피며 “아직 의견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섣불리 의견을 말했다가 국민들의 거센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데, 이 상태라면 정부가 국회에 개편안을 넘기더라도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22~29일 국회 복지위 소속 의원 22명(더불어민주당 10명ㆍ자유한국당 8명ㆍ바른미래당 2명ㆍ민주평화당 1명ㆍ정의당 1명) 전원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이하 제도위)가 제안한 제도 개혁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18명(81.8%)이 답변을 거부했다. “정부안이 제출되지 않았다”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 등의 이유였다. 설문에 응한 의원은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 4명뿐이었다.

의견을 낸 소수 의원들은 모두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자리를 잡고 재정 안정도 꾀하려면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며 보험료율은 ‘단계 인상’돼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에 대해서도 ‘법에 명시(2명)’하거나 '법 명시까지는 아니지만 보장이 필요하다(2명)’며 공감의 뜻을 내놓았다.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제도 개편/ 강준구 기자/2018-09-0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국민연금 제도 개편/ 강준구 기자/2018-09-02(한국일보)

그러나 국민연금의 적정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에 대한 생각은 엇갈렸다. 현재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지만 매년 0.5%씩 떨어져 2028년부터 40%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 응답을 보면 ▦예정대로 40% 단계 인하(최도자 의원) ▦현행 45% 유지(김광수 의원) ▦50% 인상(윤소하 의원) 등이다. 이 밖에 윤소하 의원은 “국민연금을 납부해도 소득이 적어 실질적 노후대책을 세울 수 없는 도시 지역 저소득 가입자와 청년 미가입자에 대한 지원 강화도 함께 논의 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내기 꺼리는 상황이어서 국민연금 제도 개편 전망은 밝지 않다. 총선(2020년 4월)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국민들의 심기를 자극할 카드를 꺼내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국회에서는 5년마다 한번씩 이뤄지는 재정계산 때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나 보험료 인상 등 구조개혁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해왔지만,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개혁 필요성에 여야가 공감한다 해도 인화성이 워낙 큰 사안인 만큼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한결같이 당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공식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는데, 당 내부에서 국민연금의 적정 소득대체율을 둘러싼 의견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위는 소득대체율과 관련 45% 유지, 40% 인하 등 2개안만 내놓았지만 2015년 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공무원연금 개혁 완성 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되돌리는 안을 강하게 밀었던 만큼 소득대체율을 50%로 점진적으로 되돌리는 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당론을 정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민심 동요를 우려해 정부 차원의 사회적 대화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복지위 민주당측 한 인사는 “국회에서 빨리 논의한다고 해서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부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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