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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 장준혁은 자만심 때문에 췌장암의 폐 전이를 발견하지 못한다. 이처럼 암은 적극적으로 검사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 '다시 만나는 하얀거탑 UHD 리마스터드' 네이버TV 캡처

지난 2007년 MBC에서 방영한 의학 드라마 ‘하얀거탑’의 주인공인 장준혁 외과 과장(김명민 분)은 실력이 매우 뛰어나지만 자만심이 많은 인물이다. 드라마 내용 중, 췌장암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보이는 폐의 병변을 이전에 앓았던 폐결핵의 흔적으로만 치부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이에 동료 교수인 내과 최도영 교수(이선균 분)는 폐생검(환자의 폐에서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을 계속 제안하였으나 무시당한다. 이후 췌장암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폐의 병변은 결국 췌장암의 폐 전이로 밝혀져 환자는 끝내 사망하게 된다.

드라마의 내용으로도 알 수 있듯 암은 적극적으로 진단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고, 전이가 되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반려동물도 수명이 늘어나면서 암 환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다행히 세포 검사, 조직 검사, CT 등의 전통적인 암 검사 방법 외에 최근에는 피 검사로도 반려동물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 보다 조기에 암을 예측하여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가슴 쪽에 종괴(덩어리)가 만져졌던 몰티즈 종 '쿠키'는 세포 검사 결과 비만세포종이라는 암이 발견되었다. (사진은 쿠키와 관련이 없습니다.) OGQ

가슴 쪽에 종괴(덩어리)가 만져지는 쿠키(가명)라는 몰티즈 환자가 본원에 내원하였다. 타 병원에서 피부염 진단을 받고 3주 정도 치료하였는데 처음에는 크기가 작아지다가 다시 조금 커지는 것 같다고 하여 재확인 차 내원을 한 것이다. 종괴를 만져 봤을 때 아주 딱딱하지는 않았다. 쿠키가 종괴 부위를 많이 불편해하지도 않았고, 육안으로 관찰하거나 환자의 몸을 만져서 진단하는 촉진을 했을 때 동물의 피부에서 흔히 발견되는 지방종(지방 조직이 있는 부위에 생기는 종양)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세포 검사를 했을 때 결과가 달라졌던 경우가 제법 있었기 때문에 쿠키도 곧바로 검사를 진행하였다. 세포 검사는 ‘세침흡인법(Fine-needle aspiration)’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작은 멸균 바늘을 이용해 장기나 종괴에서 검사할 재료를 얻는 방법이다. 세침흡인법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직은 피부, 피하, 심부 또는 표층 림프절, 비장, 간, 신장, 폐, 갑상선, 전립선 등이 있다. 이 방법은 상대적으로 위험성과 비용이 낮고, 수술을 통해 해당 조직을 검사하는 방법과 33~66% 정도로 진단이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쪽 사진에서 덩어리진 부분이 쿠키의 피부 종괴이다. '세침흡인법'이라는 세포 검사 결과 쿠키의 종괴는 비만세포종(오른쪽 사진)으로 확인되었다.

세포 검사 결과, 쿠키의 경우 비만세포가 악성으로 증식한 비만세포종으로 진단되었다. CT 검사를 통해 폐 전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종괴 제거술을 진행하였다. 이처럼 쿠키는 적극적인 세포 검사를 통해 전이가 되기 전 암이 발견된 덕분에 현재까지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포메라니안 종 '퐁이'는 최근 개발된 암 진단 혈액검사를 통해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은 퐁이와 관련이 없습니다.) 언스플래시

11세 포메라니안 환자 퐁이(가명)의 보호자는 퐁이의 유선 근처의 종괴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아서 병원에 내원했다. 퐁이처럼 나이가 많은 강아지들은 보호자들이 수술이나 마취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편이다. 따라서 암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수술을 미루는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아 정확한 검진이 필요했다.

신체검사에서 복부 쪽 유선 근처에 여러 개의 작은 종괴들이 확인되었지만, 촉진과 세포 검사만으로는 종괴가 악성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이에 최근에 개발된 암 진단 혈액검사를 이용했다. 암 진단 혈액검사는 30분 이내에 암에 대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으며, 추후 암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예후 평가의 기준으로도 삼을 수 있다.

왼쪽 사진의 빨간 점은 퐁이의 유선종양의 위치이다. 혈액 검사 결과 퐁이의 유선 쪽 종괴가 악성으로 강하게 의심돼(오른쪽 사진) 유선종양제거술을 진행했다.

퐁이의 혈액 검사 결과 유선 쪽 종괴는 악성으로 강하게 의심되었고 이에 유선종양 제거술을 진행하였다. 수술 이후 절제된 조직을 검사하니 예상했던 대로 악성 유선종양이었다. 퐁이는 성공적으로 회복해, 현재는 정기검진을 통하여 폐 전이나 수술 부위 이외의 유선 근처 종괴 발생 유무를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단순 골절인 줄 알았던 프렌치불도그 종 '둥이'는 세포 검사 결과 골육종(뼈에서 유래한 암)의 가능성이 높아 전이를 막기 위해 다리 절제술을 받았다.(사진은 둥이와 관련이 없습니다.) 언스플래시

4세의 건장한 프렌치불도그 둥이(가명)가 침대에서 뛰어내린 후 뒷다리를 아파한다며 병원에 내원했다. 생각보다 통증은 심한 상태였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오른쪽 뒷다리의 골절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엑스레이 사진에서 일반적인 골절과는 좀 다른 모양이 확인되었다. 단순한 외상성 골절이 아니라는 판단에 골절 부위 근처의 세포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골수염보다는 골육종(뼈에서 유래한 암)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였다. 골육종의 경우, 암세포의 전이를 차단할 목적으로 일반적인 골절 수술이 아닌 대퇴골을 포함한 다리 절제술이 추천된다. 다리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내원한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다리를 절제해야 된다는 수의사의 설명이 혼란스럽고 불편했을 것이다.

왼쪽 사진에서 정강이뼈의 골절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골절된 정강이뼈(왼쪽)의 골밀도가 반대쪽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악성이 충분히 의심되는 세포의 모양과 뼈 유래의 암에 걸린 다른 환자의 사례들을 설명해 주니 보호자도 수술에 동의했고, 결국 우측 뒷다리 절제술을 하였다. 추후 절제된 다리의 조직 검사를 했을 때 예상했던 대로 골육종으로 진단되었다. 둥이는 수술 이후에 세 개의 다리로 보행하는 것에 잘 적응하여 수술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암 전이의 흔적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반려동물도 나이가 많아지면서 암의 발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십 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필자의 가족과 함께 하던 강아지도 13세가 되었을 때 복강에서 큰 종괴가 늦게 발견이 되었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물병원에서 피 검사로 할 수 있는 암 검사와 더불어 엑스레이(X-ray), 초음파, 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 장비들도 계속 발달하고 있다. 위의 환자들도 조기 암 검사와 보호자의 적극적인 의지로 인하여 더 늦기 전에(전이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가 되었던 사례들이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 항암치료, 면역치료, 식이처방 등 여러 가지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암이 늦게 발견되면 반려동물에게 해 줄 수 있는 치료방법들이 제한적이다. 이처럼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고 더 오래 살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들도 적극적인 암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글ㆍ사진 김태호 수의사(이리온 동물병원 청담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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