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 시험지 유출’ 의혹 강남여고 수사키로

입력
2018.08.29 12:00
수정
2018.08.29 17: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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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 교장 등 중징계 요구

교무부장이 성적관리지침 어기고

문제ㆍ정답지 6차례 검토ㆍ결재

50분 동안 혼자 시험지 보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강남의 한 사립고교에서 보직부장 교사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해당 학년 시험지 관리에 관여한 교장과 교무부장 등 4명의 교사에게는 공정성 훼손 책임을 물어 학교법인에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9일 서울 S여고와 관련한 특별감사 결과 교장과 교감, 교무부장에 중징계(정직)를, 시험지 관리를 총괄하는 고사담당교사에게 경징계(견책)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1학기 기말고사의 시험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해 경찰청에 수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감사를 통해 교무부장이 자녀가 속한 학년인 지난해 1학년과 올해 2학년 내신시험의 문제지와 정답지를 총 6회에 걸쳐 검토 및 결재했음을 확인했다. 시교육청의 ‘고등학교 학업성적관리지침’은 교원 자녀 재학 시 자녀가 속한 학년의 정기고사 문항 출제 및 검토에서 관련 교원은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교무부장은 고사담당교사의 부재 시에도 수 차례 교무실에서 홀로 시험지를 검토하고 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장 및 교감 역시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해당 학년에 재학중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이들은 교육청 감사에서 “관행적으로 (업무배제없이) 그렇게 해왔고 교무부장을 믿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무부장은 “이미 퇴임한 전 교감에게 업무에서 배제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그게 어떠냐(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 쌍둥이 자매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정답이 정정된 시험문제 11개 중 총 9개에 ‘정정 전 정답(오답)’을 써냈으며, 이중 1문제(2017학년도 1학년 2학기 수학)에서 같은 오답을 적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해당 문제 오답률은 70.5%로 대부분이 ‘정정 전 정답’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쌍둥이 중 이과생은 올해 2학년 1학기 치러진 화학 중간고사 단답형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과 유사한 답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두 쌍둥이가 특정 과목 수행평가에서 나란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시교육청은 해당 과목의 만점 비율이 80%에 달해 교사자녀에 특혜를 주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정기고사 관리 및 비리예방을 위해 9월 중 관내 모든 중ㆍ고등학교의 시험 출제 및 보안 등 고사관리 전반에 대한 점검 및 폐쇄회로(CC)TV 설치 현황을 확인하기로 했다. 또한 학업성적관리지침에 출제ㆍ검토ㆍ결재ㆍ인쇄 등 평가 전과정에서 친인척 재학 교직원을 배제하도록 명시하는 등 세부 매뉴얼을 강화할 예정이다.

일명 ‘상피제’와 관련된 노력도 강화된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고교 지원시 ‘교직원 자녀 타교 배정 신청’을 적극 안내하고 학교 배정 이후에도 ‘교직원 자녀 분리 전보ㆍ배정 신청 특별기간’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상피제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규정이 생기더라도 S여고 같은 사립에는 이를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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