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국회 통과 막판 진통… “재벌도 혜택 볼라”

입력
2018.08.26 14:54
수정
2018.08.26 20:3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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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 적극적이던 야당 반대로 돌아서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개혁의 대표 과제로 꼽은 인터넷은행을 위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제한) 완화 방안을 담은 특례법안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 바람대로 8월 임시국회 때 관련 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26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정책 부서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법안소위를 열어 ‘인터넷은행 특례법안’을 1호 검토 법안으로 다뤘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예외로 두자는 게 골자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 인터넷은행 특례법 처리를 요청하면서 현재 큰 틀에선 여야가 합의가 이뤄져 법 통과를 위한 8부 능선은 넘은 상황이다. 여야 모두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10%(의결권 행사시 4%)에서 34%로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24일 법안소위 때 규제 완화 대상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다시 쟁점으로 부각됐다. 정부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은 원칙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하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자산 비중이 50%를 넘을 경우엔 예외를 적용하는 안을 국회에 내놨다. 재벌 대기업의 은행 진출은 차단하되 대신 현재 인터넷은행을 이끌고 있는 KT와 카카오, 나아가 잠재 후보인 네이버에 길을 터주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짜낸 아이디어다. 하지만 그간 인터넷은행 특례법 통과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야당이 이 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ICT 기업에 문호를 열어주잔 취지엔 공감해도 법 자체가 특정 기업에 특혜로 작용할 수 있고 현재 통계청 기업 고시 기준만 바꾸면 극단적으로 삼성전자(현재 제조업)도 ICT 기업으로 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원안대로 개인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은 제외하든지 아니면 ‘모든 기업’에 인터넷은행의 문호를 열어주는 안만 남은 상태다. 정부로선 재벌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막는 은산분리 제도의 애초 취지는 살리면서 역량을 갖춘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묘수를 찾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여야는 27일 소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전체회의가 예정된 만큼 오후 긴급 소위가 꾸려질 수 있다는 게 정무위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무위 법안소위 단계만 넘으면 그 다음은 순조롭기 때문에 27일 합의만 이뤄지면 8월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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