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용 치료 안 합니다” 돈 안 되는 환자 밀어내는 정형외과

입력
2018.08.24 17:00
수정
2018.08.24 23:5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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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 가입 환자만 받거나 

 진료 뒤 다른 병원 갈 것 권유 

 치료비 회당 5만~50만원 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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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 안돼 

 ‘환자 골라받기’ 규제 방법 없어 


“도수치료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건강보험 적용되는 치료가 있긴 한데 저희는 안 합니다. 다른 병원으로 가 보세요.”(서울 중구 A병원)

“저희 병원은 도수치료 전문입니다. 급여 치료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안 하니까 다른 병원에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서울 종로구 B병원)

“건강보험 되는 치료요? 저희 안 합니다.”(서울 영등포구 C병원)

일부 정형외과에서 디스크 질환 등 척추 관련 통증환자에게 값비싼 도수치료를 권하고, 환자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저렴한 치료를 원하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것을 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오피스 건물이 밀집된 지역에 있는 이들 병원은 실손보험 가입이 돼 있는 직장인만을 주 고객으로 삼아 이처럼 영리 위주의 운영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21~23일 직접 방문 및 전화를 통해 서울 시내 정형외과 8곳에 대해 가벼운 디스크 탈출증으로 허리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의 급여 진료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이중 3곳에서 값비싼 도수치료만을 권하고 일반적인 물리치료나 견인치료 등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치료는 거부했다.

이들 병원은 진료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A병원에 직접 가서 상담을 받아 본 결과 의사는 진찰, X선 검사, 컴퓨터 단층(CT) 촬영 등을 한 후 처방을 내렸고, 전문 상담원이 도수치료와 몇 가지 다른 기계적 치료를 결합한 코스에 대해 설명했다. 이 상담원은 “실손보험이 없어 치료비 부담이 크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자 “이 병원에서는 하지 않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문제는 도수치료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이기 때문에 비용 또한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보통 1회에 40~90분 정도 치료가 이뤄지는데 5만원 가량이 청구되지만, 실손보험에 기대 도수치료만 고집하는 병원들은 비용이 터무니 없이 비싼 경우가 많다. A병원의 경우도 회당 비용이 20만원이라고 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끝날 때까지 100만~200만원의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도수치료 진료비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반병원은 회당 최고 50만원, 종합병원은 32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큰 비용이 드는 치료만 하겠다고 고집할 수 있는 것은 실손보험 덕분이다. 이 같은 병원의 진료 행태는 실손보험 손해율과 납입보험료를 높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행법 상 이들 병원의 ‘돈 되는 환자 골라 받기’ 관행을 단속하거나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진료 자체를 거부한 것도 아니고, 의사가 어떤 처방을 내릴지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재천 집행위원은 “진료를 하고 처방도 내린 후에 환자가 제시한 다른 치료 방법에 대해서만 거부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법 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돈 되는 치료만 한다’는 점에 대해서 윤리적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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