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당론 급선회, 소통 없었다” 여당 내홍 확산

입력
2018.08.22 18:14
수정
2018.08.22 21:4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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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野 시절 만든 당론 왜 바꾸는지

이해 구하는 게 당연한 절차…”

의원들 비난과 우려 쏟아져

#2

우상호 등 중진의원들은

원내대표부에 “의견 수렴” 건의

#3

“규제개혁은 제2의 창조경제”

정의당, 본격적 제동 나서

홍영표(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를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영표(왼쪽에서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 당정협의를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당론을 뒤집은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한 은산분리 완화 방침에 속도를 내면서 당내 논란이 확산 일로다. 당론을 급선회 하는 과정에서 비판과 우려가 줄을 잇는 가운데, 당초 목표였던 8월중 법안 처리를 위한 야당과의 협상은커녕 당내이견을 잠재우는 문제가 발등의 불로 등장했다.

22일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내에는 은산분리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개정안을 수용하자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청와대의 뜻에 따라 당론 변경을 급하게 추진하는 데 대한 비판도 동시다발로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이날도 민주당 소속 의원 129명이 모여있는 단체카톡방에서 당의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둘러싸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 초선 의원은 “은산분리라는 원칙을 훼손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당내 소통 없이 당론을 바꾼 것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불만이 집중된 부분은 일방적인 추진방식이다.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이 충분한 내부논쟁이나 의견수렴 없이 추진됐다며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인터넷 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를 공식화한 이후 당에서 8월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당론에 반하는 개정안 추진의 당위성을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지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반대한 바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야당 시절 우리가 내세웠던 당론을 왜 바꾸려는 지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게 당연한 절차인데 이를 생략한 데 대해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며 “찬성하는 쪽에선 은행법을 손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은산분리가 아니라고 하는데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중진 의원들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로 지도부에 건의하고 있다. 향후 규제개혁법 추진과정에서 청와대의 드라이브만으로 정책이 좌우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행보다. 우상호 의원 등 일부 중진의원들이 원내부대표에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고, 이날도 박영선 의원 등 의원 3명이 홍영표 원내대표를 만나 당내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인터넷은행 규제하는 것이 지고지순한 진리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정책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면서 “부작용에 대한 장치를 마련해서 관리하면 될 일이지 대통령까지 나서 추진하는 규제개혁을 우리 내부 의견 충돌로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원내지도부는 여당 내 분열로 비춰지는데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이 자체가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과정”이라며 “일방적으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조만간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은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규제개혁 행보를 “제2의 박근혜 창조경제”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날 국회에서 ‘규제혁신 5개 법안 긴급좌담회’를 열고 현 정부의 방안을 비판했다. 심상정 의원은 “정부의 혁신성장은 내용이 빈곤하고 거의 준비가 돼있지 않아 제2의 창조경제로 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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