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LSD로 배기가스 규제를 우회한 기아 엑스트렉

입력
2018.08.14 14:42
수정
2018.08.14 17:3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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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엑스트렉을 내놓은 것은 2003년 4월이다. 최상이란 의미를 담은 엑스트라와 험로를 통한 긴 여정이란 뜻의 트렉을 합쳐 지은 이름이다. 험로를 극복하는 특별한 여행이란 의미처럼 엑스트렉은 법이 규제하는 험한 시장환경을 극복하는 특별한 차로 역사에 남는다.

기아차는 엑스트렉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미니밴을 조화시킨 신개념 SUV로 소개했다. SUV의 다목적 실내공간과 다양한 시트배열이 가능한 미니밴의 특성을 결합한 차라는 것. ‘유로3’ 배출가스 기준치를 충족하는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적용됐다. 판매가격은 GX 1,600만원, LX 1,700만원이었다.

엑스트렉은 급하게 시장에 투입됐다. 전작 카렌스를 더 이상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승용’ 디젤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되면서 이를 맞추지 못해 판매를 중단해야 했던 것. 당시 새로 적용되는 승용 디젤의 배기가스 기준은 SUV나 다목적차보다 최고 50배나 엄격한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규제라는 게 업계의 평가였다.

당시 자동차 관리법 시행규칙은 ‘후레임형이거나 4륜 구동장치 또는 차동제한장치를 갖추는 등 험로운행이 용이한 구조로 설계된 자동차로서 일반형ㆍ승용 겸 화물형이 아닌 것’을 다목적자동차로 규정하고 있었다.

기아차는 전륜 차동제한장치(LSD)를 추가해 이 상황을 피해갔다. ‘승용’으로 구분된 카렌스에 LSD를 추가해 다목적차(MPV)로 인증받은 것이다. 즉 승용차 카테고리에서 다목적차로 분류가 바뀌면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승용 디젤 배기가스 기준을 피할 수 있었고, 계속 판매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LSD는 좌우 바퀴간 회전차이를 흡수해주는 기능을 갖는다. 코너, 혹은 험로에서 좌우 바퀴의 구동력이 다를 때에도 부드럽게 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같은 차를 두고 이름만 바꿔 단종을 피하고 계속 판매한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테라칸, 싼타페, 쏘렌토, 코란도, 렉스턴, 카니발 등 SUV나 다목적차로 분류된 차들은 아무 문제 없이 판매가 계속됐음을 보면 카렌스를 엑스트렉으로 교체 투입한 기아차의 조치를 비난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기아차 입장에선 카렌스만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받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우회로로 LSD를 추가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엑스트렉은 2003년 첫 출시한 이후 2004년형과 2005년형 등 두 번의 모델을 내놓았고 이후 2006년 뉴 카렌스에 배턴을 이어주고 퇴장한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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