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생태] 가장 희귀한 바닷새, 뿔제비갈매기를 지켜주세요

입력
2018.08.11 04:40

63년간 보이지 않다가

2000년 대만에서 모습 드러내

중국ㆍ대만 4곳에서만 번식

2016년 전남 무인도 깜짝 발견

번식 성공한 뒤 새끼와 떠나

멸종 위기 벗어나는데 희망

2016년 4월 전남의 한 무인도에서 괭이갈매기 무리에 섞여 발견된 뿔제비갈매기(맨 앞)가 알을 품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2016년 4월 전남의 한 무인도에서 괭이갈매기 무리에 섞여 발견된 뿔제비갈매기(맨 앞)가 알을 품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는 지구 상에 100마리도 채 남아 있지 않은 가장 희귀한 바닷새 중 하나입니다. 1937년 이후, 63년 동안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아 전문가들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중 2000년 7월 대만의 한 무인도에서 뿔제비갈매기 네 쌍이 발견되면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뿔제비갈매기는 중국 2곳, 대만 2곳 등 전 세계 4개 지역에서 소수 개체만이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첫 발견된 뿔제비갈매기

이렇게 희귀한 새가 2016년 4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됐습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매년 40여 개의 무인도를 대상으로 ‘무인도서 자연환경조사’를 수행하는데요, 이 중 전남의 한 무인도에서 이 귀한 새가 발견이 된 겁니다. 번식지가 알려지면 서식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 섬은 본래 큰 규모의 괭이갈매기 집단번식지로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수천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번식을 시작하는 시기였는데 이 무리 속에서 뿔제비갈매기가 알을 낳고 품고 있는 것이 발견된 겁니다. 2016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조류목록에는 ‘뿔제비갈매기’이라는 이름조차 없었습니다. 한국조류학계에 공식적인 기록된 적이 없는 미기록종이기 때문이지요. 뿔제비갈매기라는 이름은 이들이 번식을 끝내고 새끼와 함께 떠난 그 이후에 붙여진 겁니다.

전남의 한 무인도에서 괭이갈매기 무리가 힘차게 날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전남의 한 무인도에서 괭이갈매기 무리가 힘차게 날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관찰 기록조차 없었던 희귀한 뿔제비갈매기가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발견인데, 거기에다 번식까지 하다니! 이는 한국 조류학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큰 사건이었습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뿔제비갈매기의 번식 사실을 확인한 후, 환경부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새들이 떠날 때까지 이와 관련한 보안유지와 관계 기관에 출입제한을 요청했습니다. 바닷새는 땅바닥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기 때문에 알과 새끼가 땅바닥에 노출되어 있어, 사람이나 포식자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태적 특징을 지닌 바닷새는 번식지에서 사람이나 포식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알을 낳는 시기 집단 번식지에 사람이 출입하고 포식자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면 번식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새들이 번식을 포기하고 그 지역을 떠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괭이갈매기 새끼 한 마리가 알을 깨고 나오고 있다. 괭이갈매기는 땅바닥에 둥지를 만든다. 국립생태원 제공
괭이갈매기 새끼 한 마리가 알을 깨고 나오고 있다. 괭이갈매기는 땅바닥에 둥지를 만든다. 국립생태원 제공

우리는 갖은 노력 끝에 한 마리의 새끼가 건강하게 성장해 부모새와 함께 성공적으로 섬을 떠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모았는데요. 멸종 위기 종의 번식지 분포가 확대된 것은 종 보전에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뿔제비갈매기가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는 번식지가 늘어난다면 번식 성공률도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전세계 생존 개체수도 증가하겠지요.

알 채집하고 번식 훼방놓고… 멸종위기에 놓인 이유

이 새가 어쩌다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었을까요? 일반적으로 종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는 원인은 크게 자연적인 원인과 인위적인 원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진이나 태풍으로 인한 급격한 환경변화는 일시적으로 개체 수를 감소시킬 수 있지만 점차적으로 회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서식지 환경이 급격하게 악화하거나 서식지가 아예 사라지게 되면 오랜 시간 자연의 시계에 맞춰 적응해 온 생물은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요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번식에 실패하거나,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고 쉴 장소가 없다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것은 인간이나 야생 동ㆍ식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태어난 새끼 괭이갈매기들이 부모 괭이갈매기들과 함께 서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올해 태어난 새끼 괭이갈매기들이 부모 괭이갈매기들과 함께 서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뿔제비갈매기를 보전하기 위해 필요한 생태적인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고서에 의하면 뿔제비갈매기는 서식지 손실ㆍ훼손, 남획으로 인한 먹이 자원 감소, 사람의 방해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중국 동부 해안의 갯벌매립 등 대규모 개발사업은 뿔제비갈매기를 비롯해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다양한 조류의 번식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특히 번식지 지역 주민들이 알을 채집하거나 번식을 방해하면서 뿔제비갈매기의 멸종에 심각하게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지난해 여름 부화한 지 2일된 새끼 뿔제비갈매기가 어미를 향해 아장아장 걷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지난해 여름 부화한 지 2일된 새끼 뿔제비갈매기가 어미를 향해 아장아장 걷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 개체 수 회복의 위험요인들

괭이갈매기가 일반적으로 알을 두세 개 낳는 데 비해 뿔제비갈매기는 단 한 개의 알만 낳습니다. 번식지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데 약 70일 가량 소요되지요. 번식지에 도착해서 끝날 때까지 약 90일이라는 시간 동안 이들은 단 한 마리의 새끼를 키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냅니다. 만약 새끼를 키우는 동안 어떤 원인에 의해 새끼가 죽는다면 다시 번식을 시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 해는 번식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번식실패가 반복된다면 이 종은 더 이상 개체 수를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지구상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전세계에 남아 있는 뿔제비갈매기가 한정된 지역에서만 번식하는 것 자체도 위협요인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도 투자할 때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곳에 분산함으로써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택합니다. 동물도 마찬가지인데요. 한 장소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면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개체군이 집중된 지역에서 전염병이 돈다거나 서식지가 갑자기 훼손되어 사망률이 증가하게 된다면, 이 결과는 단순히 한 지역의 개체군 몰락이 아닌 한 종의 멸종과 직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2016년 이전까지 알려져 있던 단 4곳의 뿔제비갈매기 번식지가 700㎞ 떨어진 한국의 섬까지 확장되었다는 것은 멸종에 직면한 이 종을 살릴 수 있는 작은 희망의 징조이기도 합니다. 해외 전문가들은 뿔제비갈매기의 미래에 한국의 번식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무인도인 한국의 번식지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사람에 의한 방해가 적고, 주변 바다의 오염 정도나 먹이자원 측면에서 중국의 번식지와 비교해 좋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뿔제비갈매기의 위협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는 큰제비갈매기와의 교잡도 우리나라 번식지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2016년 여름, 섬을 떠나기 전 뿔제비갈매기 어미와 새끼가 괭이갈매기 무리에 섞여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2016년 여름, 섬을 떠나기 전 뿔제비갈매기 어미와 새끼가 괭이갈매기 무리에 섞여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를 보전하기 위한 방법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돕기 위해서는 먼저 멸종위기에 처한 원인을 파악하고 먹이나 서식지 등 다양한 생태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이는 동ㆍ식물의 기초 생태연구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서식하는 많은 동ㆍ식물에 대한 생태연구는 아직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미흡한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동아시아에서 멸종에 직면했다가 적극적인 보전활동을 통해 개체수가 증가하는 성공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저어새는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 국가에서 흔한 종이었지만 1988년 지구상 생존 집단이 288개체로 급감하면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되었습니다. 저어새의 급격한 개체 수 감소는 서식지 훼손,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라는 살충제 사용량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 한국전쟁이 주 원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번식지인 한국, 중국과 월동지인 대만이 적극적인 보전활동에 나서면서 2017년에는 3,941개체로 늘었습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저어새 번식지 조성과 둥지재료 공급 등 적극적인 보전활동 결과 2003년 200개체에 불과했던 번식 개체수가 2015년에 1,852개체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저어새 보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저어새의 성공적인 보전활동은 저어새에 대한 생태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적절한 보전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현재도 갯벌 매립으로 인한 서식지 훼손, 환경오염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어 저어새 생존의 위협요인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뿔제비갈매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발간하는 적색목록에서 야생절멸 바로 직전인 ‘위급’ 단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적색목록은 위협에 처한 종을 평가하여 9개 범주로 구분하는데요.위급은 절멸, 야생절멸 다음에 해당하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저어새는 1994년 뿔제비갈매기와 같은 ‘위급’으로 분류되었으나 다행히도 개체수가 회복되면서 2000년에 ‘위급’의 다음 단계인 ‘위기’ 단계로 바뀌었습니다.

괭이갈매기 틈바구니 속 저어새(가운데)가 새끼를 품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괭이갈매기 틈바구니 속 저어새(가운데)가 새끼를 품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뿔제비갈매기도 저어새처럼 개체수가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왜 뿔제기갈매기의 번식지가 전 세계에서 5곳에 불과하게 됐는지, 또 왜 우리나라까지 와서 새끼를 키우는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과학적인 데이터로 근거로 세워진 적절한 보호조치야말로 지구상에서 꺼져가는 이 종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이윤경 국립생태원 특정보호지역조사팀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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