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회담 ‘깜깜이’ 비판에도 트럼프 “올 가을에 푸틴 초청”

입력
2018.07.20 18:05
수정
2018.07.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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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헬싱키=AP 연합뉴스

지난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이 ‘깜깜이 회담’이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가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추가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트위터로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푸틴 대통령을 가을쯤 워싱턴에 초대할 것을 지시했고 해당 논의는 이미 진행 중에 있다”며 추가 회담 개최 추진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미러 정상회담의 후폭풍이 거센 상황에서 이 발표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CNN은 이에 대해 “화제를 바꾸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더 강력한 2차 회담을 들고 나와 1차 회담으로 입은 손해를 원상태로 돌리려고 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화당 전략가인 조쉬 홈즈는 “트럼프 대통령이‘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는 특검팀의 러시아 미 대선 개입 수사는 어떤 법률 이슈보다도 더 많은 지지층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 CBS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21%에 그쳤다.

이유야 어찌됐건 논란은 확산하는 모습이다. 러시아에서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구두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는데, 미국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의 비공개 단독 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조차 양국 정상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19일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 워싱턴 초청 소식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보좌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푸틴 대통령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관해 간략한 메모를 전달 받았지만, 이들도 구체적인 내용은 알고 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시간이 넘는 대화를 녹취한 것도 아니어서 대화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러시아는 비밀리에 대화를 녹취했을 가능성도 있다. 코츠 국장은 ‘푸틴이 회담 내용을 몰래 녹음했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위험은 언제나 있다”고 답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내에서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스티븐 피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회담 후 3일이나 지났는데 미국인들은 무엇을 합의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이는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꼬집었다. 코츠 국장도 “회담을 어떻게 진행할지 내게 물어봤다면 나는 다른 길을 제시했을 것”이라며 배석자 없이 통역만 놓고 한 밀실회담이 부적절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의회에서는 회담에 배석한 통역사를 출석시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로버트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은 MSNBC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통역사가 의회에 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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