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서툰 외국인에게 최저임금 적게 주자?

입력
2018.07.23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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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중앙회, 차등화 건의 방침 

 중기 장관도 간담회서 호응 

 “인건비 상승에 수습제 등 필요 

 홍콩 싱가포르 일본도 차등화” 

 국내,국제법에 외국인 차별 금지 

 “한국인 해외취업 보호 못받을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이 지나치다며 강력 반발하는 경영계가 업종별ㆍ지역별 차등을 넘어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숙련도와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일정 기간 동안은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주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8일 노동인력특별위원회를 열고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숙련도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에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지난 16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간담회에서도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무 연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줄 것을 요구해 홍 장관으로부터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본부장은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취업하면 수습 기간을 둬 1년차는 최저임금의 80%, 2년차는 최저임금의 90%만 줘도 되도록 수습제를 두자는 것”이라며 “섬유 염색, 도금 등 뿌리 산업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 상승으로 고통을 받는 만큼 수습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외국인 취업자 수 송정근 기자 /2018-07-2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외국인 취업자 수 송정근 기자 /2018-07-22(한국일보)

하지만 이런 요구는 당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국적을 이유로 한 근로 조건 차별은 국내법과 국제법이 엄격히 금지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고,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도 ‘사용자는 외국인근로자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여 처우하여서는 안 된다’(제22조)고 적시하고 있다.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도 국적을 이유로 한 임금 차별을 금지한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제도가 있는 나라 중 국적이나 인종을 이유로 최저임금 차등을 두는 나라는 없다”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선발 방식이나 교육 훈련을 강화해 생산성을 높여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홍콩이나 싱가포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차등 임금을 주고 일본 역시 외국인 실습생에게 일정 기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 근로자의 가사도우미 취업이 불가능하고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도 아니어서 직접 비교가 어렵다. 또한 우리도 일본과 비슷한 산업연수생 제도를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시행했지만, 연수생에게 근로자처럼 일을 시키는 편법이 생기고 낮은 임금 때문에 연수생이 사업장을 이탈해 불법 취업하는 부작용이 커지자 이듬해인 1995년부터 연수생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지급해 왔다.

만약 외국인 임금 차별을 허용한다면 다른 나라에서 일하는 한국인 취업자들이 임금 차별 대우를 받았을 때 우리 정부의 대응 논리가 군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내국인 근로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에게 낮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기업들이 비싼 내국인 근로자를 쓰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외국인 수습제는 내국인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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