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스태프, 염전 노예보다 못하다”

입력
2018.07.2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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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염전 노예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뿐입니다.”(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 스태프)

“촬영기간에는 하루 1시간도 못 자고 일합니다.”(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스태프)

탁종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 20일 ‘미디어신문고’를 통해 접수한 이런 내용의 방송 스태프들의 편지를 공개하면서 “해당 방송사에 제작 여건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탁 센터장이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 스태프들은 지난 7일 오전 6시 방송국 앞에 집결한 뒤 그 다음날 오전 6시까지, 24시간을 꼬박 근무했다. 쉬는 시간은 찜질방에서 잠시 씻고 오는 1시간뿐이었다. 지난 10일에도 새벽 5시 30분 모여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촬영했다. 휴식은 역시 ‘찜질방 2시간’이었다.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 제작 현장도 비슷했다. 탁 센터장은 “1시간 쪽잠에 20시간 이상의 노동을 했으나 급여는 하루치였다 한다”면서 “드라마 스태프도 사람이다”고 호소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계는 ‘주 68시간 노동’이 적용되지만, 밤샘촬영으로 이어지는 제작관행은 여전한 것이다. 탁 센터장은 해당 방송사 사장과의 공개면담 요청 등을 통해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20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탁종열 센터장이 프로그램 제작 현장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소라기자
20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탁종열 센터장이 프로그램 제작 현장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소라기자

탁 센터장은 “방송사들은 드라마 제작 여건을 탓하지만 다른 사례들을 보면 개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SBS는 ‘주 68시간 노동시간’을 맞추기 위해 대본 조기확보, 방송일 3개월 전 촬영 시작, B팀 조기투입 등의 대책안을 마련 중이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PD는 리허설, 재촬영 없이 빨리 끝내는 방식을 쓴다.

이에 대해 MBC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안 하고 싶은 게 아니다”라면서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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