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 속 전력수급 우려, ‘탈원전 속도조절’ 경고 아닌가

입력
2018.07.20 18:45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무색하게 최근 원전 가동률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폭염 지속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다급하게 원전에 기대는 이율배반적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20일 일별 최대 전력수요는 정부가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예측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 8,750만㎾는 물론, 이달 초 수정 예측한 8,830만㎾까지 잇달아 초과해 8,840만㎾ 이상에 이르렀다. 예비전력은 850만㎾까지, 전력예비율은 9%대까지 떨어졌다.

산업부는 최근 전력수요 흐름이 심상치 않자 수급 차질 예방조치에 들어갔다. 핵심은 예비전력 1,000만㎾ 이상, 전력예비율 11%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난 겨울 50%대까지 낮아진 원전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번 예비전력 확보 계획에 따라 21일부터 한울 원전 4호기가 재가동되고, 8월 중 한울 2호기까지 재가동되면 지난 3월 50%대였던 원전 가동률은 80%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여름 전력수요 예측은 애초부터 산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예측한 8,750만㎾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제한 결과다. 당시 정부 성장률 전망은 3.1%였다. 업계에선 성장률 전망을 낮게 잡은 건 전력 수요량을 낮춰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비판대로 예측은 7개월여 만에 잇따라 빗나갔고, 부랴부랴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는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친환경 에너지정책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는 급격한 정책전환이 부를 부작용 때문이다. 지난 겨울만 해도 수급 차질로 10여 차례나 급전지시(수요감축 요청)가 발동돼 산업현장이 애로를 겪었다. 산업부는 산업용 심야전기료 인상을 추진했다가 거센 비판이 일자 포기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다급하게 원전 가동률을 올리고 있는 이번 상황도 따지고 보면 탈원전 과속과 무관치 않다. 자연스러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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