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의 '北석탄 도입' 경고··· 대북 제재 빗장 다시 점검하라

입력
2018.07.20 18:30

유엔이 대북 제재를 위해 금수품목으로 지정한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유입됐다는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북한 정권을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단호한 행동'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이 3월 불법선박으로 지목한 선박에 실린 석탄의 원산지 조사가 끝나지 않아 입항 금지나 억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하지만 왠지 옹색하고 석연찮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답보상태인데도 우리 정부가 성급하게 국제제재 대열에서 이탈한다는 오해를 낳을까 우려된다.

최근 공개된 안보리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원산항과 청진항에 정박된 배에 선적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파나마 선적 '스카이 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에 환적된 뒤 지난해 10월 인천항과 포항으로 각각 들어와 하역됐다. 이 배들은 불법선박으로 지목된 뒤에도 석탄ㆍ철강 등을 싣고 최근까지 수차례 한국을 드나들었으나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미국의 소리(VOA)'가 제공한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의 사진에서도 확인됐다.

문제는 미 국무부가 VOA의 논평 요청에 "모든 유엔 회원국에 안보리 제재 결의의 이행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북한의 제재회피 행위에 연루된 주체들에 대한 단호한 행동'도 언급했다. 특정 국가를 거명하진 않았지만 전후 맥락상 대북 협상 국면을 과신하는 한국 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국무부의 이런 입장엔 유엔 결의를 위반해 최근 북한에 정제유를 초과 공급해 온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두 나라는 "사실 확인이 필요하니 시간을 더 달라"고 미적대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도 오해를 사지 않도록 '완전한 북 비핵화' 원칙에 맞게 태도와 일 처리를 투명하게 점검하길 바란다. "한미가 북한의 기만전술에 또 말렸다"는 회의론이 들끓는 때일수록 대북 제재의 빗장을 튼튼히 하며 흔들림없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신뢰 조치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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