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폭탄 불똥 ‘트럼프 모자’에도 튀었다

입력
2018.07.20 11:09
수정
2018.07.20 15:25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SCMP 캡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SCMP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포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정작 그의 애장품 중 하나인 ‘트럼프 모자’에도 불똥이 튀었다. 미국 정부가 고율관세를 부과키로 한 중국산 상품 목록에 모자 제품이 포함된 것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지난주에 발표한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 대상에 모자 제품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애장품 중 하나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에도 관세 폭탄의 불똥이 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상징하는 이 모자는 그가 주요 행사 때마다 즐겨 쓸 뿐만 아니라 지지자들에게도 필수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이 모자는 대부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어서 이번 무역전쟁의 여파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10% 관세가 부과되면 현재 12달러(약 1만4,000원)인 모자 가격은 20달러(약 2만3,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유통업체들은 자국 제조업체에 주문을 맡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제조업의 중심 기지인 광둥(廣東)성 둥관(東莞) 지역에 몰려 있는 봉제업체 사장들은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 영향이 확연히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 ‘트럼프 모자’ 공급업체 사장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 모자 제품을 수출하는데 이번 관세 부과로 사업에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면서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을 뚫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전문가인 닉 매로는 “중국에서 저가 제품을 수입하던 미국 업체들은 인건비 상승 압박을 이미 느껴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었다”면서 “이번 관세 부과로 ‘탈(脫)중국화’가 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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