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혁파, 의료기기 분야부터 시동··· 갈 길 여전히 멀다

입력
2018.07.19 18:56

정부가 19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관계부처 합동으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과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규제타파 혁신성장의 첫 현장 행보로, 의료기기 개발 이후 시장 진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의료기기 분야는 국민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규제가 강했으나 앞으로 정부는 안전성 우려가 적은 의료기술(의료기기) 분야에 있어서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 ‘선 진입-후 평가’ 방식으로 대폭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위험성이 적은 체외 진단검사 분야의 신의료 기술평가는 사후평가로 전환하고, 시장 진입 소요 기간을 기존 390일에서 80일 이내로 단축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소아당뇨 진단을 받은 자녀 정소명(9)군을 위해 해외에서 수입한 연속혈당측정기에 스마트폰 전송기를 직접 만들어 보급했다가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던 김미영씨가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단 의료기기를 시작으로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의료 규제개혁 대상 중 원격의료 기술이나 원격진료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많다. 우리 원격의료 기술은 이미 중동 등에 수출이 되고 있고 러시아의 지원 요청을 받을 정도로 우수하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1억명이 넘는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의사의 진단을 받고 있다. 원격의료 관련 규제만 풀어도 최대 37만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분석이다.

물론 이번 규제개혁 조치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지난 4년간 정부에 거의 40차례나 규제 개선을 건의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과제 발굴보다 해결 방안 마련이 급하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정부가 문제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해집단의 반발에 맞서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용기를 내어 나서지 않으면 규제는 결코 혁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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