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협상 장기전 돌입··· 정부, 주도적 개입으로 동력 살려야

입력
2018.07.19 18:26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북한 비핵화 협상까지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동안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이어 북한의 비핵화 지연 전술에 장기전으로 대응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로써 가뜩이나 속도와 밀도가 떨어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양국이 협상 주도권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면서 협상 장기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던 북한이나 종전선언을 금세 발표할 것처럼 보이던 미국 모두 상대편을 압박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이달 초 폼페이오 장관의 세 번째 방북 당시 회담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차례 연기 끝에 미군 유해 송환 협정이 열렸지만 북미 협상의 핵심인 비핵화 워킹그룹 논의는 언급조차 없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보내 신뢰를 재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관계에서 (협상이) 잘 진전되고 있다”고 상황관리를 하고 있지만 북미 협상은 사실상 멈춰 선 듯한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협상을 장기화 모드로 전환한 뒤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중국이 이미 국경무역을 사실상 재개한데다 러시아도 대북제재 공조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11월 중간선거에 북핵 협상 타결을 치적으로 내세우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북한의 시간끌기 작전이 성공할 리도 만무하다.

협상 장기화는 북미 양측뿐 아니라 중재자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를 바탕으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건설하겠다는 평화번영 구상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는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살릴 수 있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 갈 필요가 있다. 단순 중재자에서 핵심 당사자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북미 협상을 촉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9월 유엔총회 무대나 가을로 예정된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협상 동력을 살리는 기회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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