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좌절 선수들 일일이 안아준 크로아티아 대통령

입력
2018.07.16 11:41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이 프랑스 대표팀과의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서 4대2로 패배한 크로아티아 대표팀 주장 루카 모드리치의 뺨을 쓸어 내리며 위로하고 있다. 모스크바 (러시아)=로이터 연합뉴스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이 프랑스 대표팀과의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서 4대2로 패배한 크로아티아 대표팀 주장 루카 모드리치의 뺨을 쓸어 내리며 위로하고 있다. 모스크바 (러시아)=로이터 연합뉴스

무려 ‘세계 2위’에 올랐지만 크로아티아 축구 대표팀 주장 루카 모드리치(33ㆍ레알 마드리드)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조국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올려놨으나 우승 문턱에서 패배한 좌절감은 생각보다 컸을 터. 무엇보다 상대가 20년 전 조국에 한 차례 패배의 쓴맛을 안겨 준 프랑스였다는 점에서 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콜린다 그라바르 키타로비치(50)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의연했다. 16일(한국시각)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시상식에서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준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 했던 모드리치를 와락 끌어안았다. 이어 그의 등을 토닥거린 뒤, 따스하게 뺨을 손으로 쓸어 내렸다. “수고했다”는 의미였다.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이어 크로아티아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끌어안으며 위로를 보냈다. 시상식 중 쏟아진 빗줄기도 그의 포옹을 막진 못 했다.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우승컵을 차지한 상대팀 프랑스 선수들도 따뜻하게 안아주며 ‘패자의 품격’이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잘했다. 역사를 만들었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선수들과 라커 룸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키타로비치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키타로비치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앞서 크로아티아 대표팀이 승리할 때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응원으로 월드컵 기간 내내 화제가 됐다. 특히 8강전에서 주최국 러시아를 꺾었을 땐 경기장 응원석에서 춤을 추고, 대표팀 라커 룸을 찾아 선수들을 일일이 안아주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크로아티아의 첫 여성 대통령인 키타로비치 대통령은 2015년 대선에 출마해 50.74%의 득표율로 이보 요시포비치 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됐다. 외교관 출신으로 1990년대 민족주의 정당인 ‘크로아티아 민주동맹’에 입당하며 정계에 뛰어들었다. 이후 유럽통합 담당장관, 외무장관 등을 역임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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