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팩트] 들어는 봤나? 블랙 아이보리 커피!

입력
2018.07.16 11:30

에스프레소 커피 한잔 가격이 1만8,000원! UAE 아부다비의 7성 호텔 ‘에미리츠 팰리스’의 명물인 ‘골드커피’는 우유도 들었고 24k 순금가루도 뿌려서 1만6,000원이니까 1만8,000원짜리 에스프레소가 얼마나 비싼 지 느낌이 오시죠?

그러면 이 커피는 얼마나 고급진 호텔에서 팔길래 이렇게 비싼 거냐구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커피는 커피 생두를 얻는 방법이 독특하기 때문에 비싼 거예요. 바로 코끼리 똥에서 커피 생두를 얻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가 그 주인공입니다. 코끼리의 상아를 뜻하는 아이보리(Ivory)가 이름에 들어간 이유를 아시겠죠?

물론 어디서나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긴 해요. 태국과 몰디브에 있는 5성 호텔 17 곳에서만 맛 보실 수 있습니다. ‘블랙 아이보리’ 커피는 코끼리에게 커피 체리와 함께 바나나, 사과,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들과 쌀밥 등 특별식을 먹인 뒤 소화되지 않고 배설물에 섞여 나온 커피 체리의 씨앗, 즉 커피 생두를 골라내 만듭니다. ‘블랙 아이보리’를 마셔 본 사람들에 따르면 쓰지 않고 달콤하며, 향기롭고 부드럽다고 하네요.

이처럼 동물의 배설물에 섞인 커피 원두를 이용해 만든 커피로는 인도네시아의 사향고양이에게서 얻는 루왁 커피와 베트남의 사향족제비에게서 얻는 위즐 커피가 대표적입니다. 이 두 커피도 독특한 풍미로 비싼 가격을 자랑합니다.

그러면 동물의 배설물에서 얻은 커피들은 왜 맛있는 걸까요? 커피 전문점 폴 바셋을 운영하고 있는 매일유업의 최수진 커피 개발 연구원에게 물어봤습니다.

Q 동물 배설물을 통해 얻는 커피들은 왜 독특한 맛을 가지게 된 걸까요?

A 추측하건데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 이유는 발효입니다. 이 동물들의 소화기관에서 분비되는 효소들에 의해 발효되면서 특유의 풍미를 가지게 된 것이죠. 두 번째는 커피 생두가 주변의 향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 찌꺼기가 방향제로 쓰이는 이유이기도 한데, 야생의 코끼리, 사향고양이, 사향족제비가 커피 체리와 함께 섭취한 음식들의 향이 커피 생두에 스며들어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Q 그렇군요. 그러면 루왁커피 생산에 동원되는 사향고양이들은 억지로 커피 체리만 먹고 커피 생두를 배출해 내는데, 그러면 야생 사향고양이가 만들어내던 진짜 루왁 커피의 생두랑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군요.

A 네. 그래서 저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루왁 커피를 추천해드리고 싶진 않아요. 커피 체리만 먹인 사향고양이가 건강할 리 없고, 소화 기관 내에서 일어나는 특유의 발효 과정도 정상적일 수 없어요. 특히 과일 등 다른 음식물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루왁 커피라고 볼 수 없는 거죠. 그건 위즐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Q 그럼 블랙 아이보리 커피는 좀 다른가요?

A 아무래도 코끼리는 대식가니까 커피 체리만 먹여서 배설물을 얻긴 힘들겠죠. 그래서 동물학대 논란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거구요. 다만, 제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블랙 아이보리 커피의 생두를 생산하는 태국의 수린(Surin)주의 반 타클랑(Ban Taklang) 마을에 가 본 것은 아니라서 그 곳 주민들이 코끼리를 금이야 옥이야 돌보는 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사람이나 강아지가 커피 체리를 먹고 배설한 커피 생두로 커피를 만들어도 특유의 풍미가 날까요?

A 아까 말씀드린대로 커피 생두는 주변의 향을 끌어들여요. 그러니 배설물의 고약한 냄새도 끌어들이겠죠. 대부분의 육식성 동물들은 소화 과정에서 이런 냄새가 날 수밖에 없겠죠. 원하신다면 시도해 보실 순 있어요. 선택은 자유니까요. 그리고 독특하게 고약한 풍미를 가진 커피를 맛 보실 수 있겠죠.

▶              동그람이 페이스북 바로가기

▶              동그람이 포스트 바로가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