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외국인 이사 재직

입력
2018.07.09 21:05
수정
2018.07.0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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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논란이 된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진에어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외국 국적자가 과거 불법으로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9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4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미국인 ‘브래드 병식 박’씨가 아시아나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확인됐다. 재미교포인 박씨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인으로 2000년대 중반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한 사업가로 알려졌다. 항공법은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적 항공사 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진에어의 경우 2010∼2016년 미국 국적자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를 등기이사로 올린 사실이 드러나 국토부는 면허취소 등 처분을 검토하기 위해 청문 절차를 준비 중이다.

국토부는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은 사안이 다소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경우는 진에어 논란을 계기로 항공사의 외국인 이사 재직 여부를 전수 조사한 과정에서 뒤늦게 알게 된 것”이라며 “이와 관련 법무법인 3곳에서 법률 검토를 받았고 면허취소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등기이사로 앉힐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항공법이 개정된 것은 2012년으로, 브래드 병식 박씨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논란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퇴진 운동으로 번지고 있어 국토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진에어와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아시아나에 대해서 면허취소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독일 루프트한자 계열사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는 지난 3월 게이트 고메 코리아(GGK) 신축공장 화재 이후, 아시아나항공에 임시 계약 연장을 3차례나 제의했지만 박 회장이 모두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LSG와 아시아나항공 간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GGK 공장 정상화를 위해 9월 30일까지 3개월간 기내식을 연장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그런데도 LSG의 제안은 철저히 묵살됐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공급 차질 과정을 설명하며 “경쟁사인 대한항공에도 부탁을 해봤는데 여의치 않았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도움을 요청한 날짜는 3월 28일이다. 이때엔 이미 LSG가 기내식 공급 연장 제의를 이후 시점이다. LSG 관계자는 “LSG의 제의를 거절하고 경쟁사에까지 부탁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박 회장이 ‘LSG와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결정하지 않았다면 설명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런 결정 배경에는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20년 만기 무이자로 사 줄 것을 LSG 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에 대해 “LSG가 제안한 것은 맞지만 무리한 조건을 달아 계약 연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LSG의 제안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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