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의 건강사회] 지방선거, 유권자에 달렸다

입력
2018.06.10 09:16
30면

중앙 예속된 지방자치 아직 미성년 수준

부적격자 못 걸러내는 정당공천 바꿔야

유능한 지역 일꾼 뽑는 건 유권자의 몫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몇몇 지역은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치른다. 동북아 정세가 이렇게 요동치고 차가운 경기 속에 국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나 정치만은 여전하다. 우리 정치와 국회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기득권 질서에 안주하며 무능과 나태 속에 빠져있다. 정치권은 이미 국민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다. 각 정당의 공천은 줄 세우기, 편 가르기가 일상화되면서 ‘공(公)천’이 아니라 ‘사(私)천’이 되기 일쑤였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을 보면서도 선진적인 변화를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중앙정치의 폐해가 지방선거까지 오염시키고 있으니 나라의 앞날이 암담하다. 목전으로 다가온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대선, 총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민주주의의 꽃, 지방자치의 근간인 지방선거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권한과 영향력은 지대하다.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그들이 권한을 잘못 행사할 경우 지역에 돌이키기 힘든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특히 지방에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분권형 개헌이 논의되는 상황이라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요체로 자리 잡기는 아직 먼 길이 남은 듯하다. 지방선거가 지역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국민적 관심은 대선이나 총선보다 훨씬 떨어진다. 건물마다 출마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고, 후보자들은 거리에서 인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전히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우리 지방자치는 겉으로는 성년이 됐지만, 실속은 아직도 중앙에 예속된 미성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350만 시민의 삶을 살피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조차 자치입법권이나 자치재정권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이 논의되고 있지만 유능한 지역 일꾼을 뽑는 일이 먼저이고 이것은 지역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들은 어떤 인물을 선택해야 할까. 먼저 인성이 된 사람인지 평가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위에 걸맞게 공도와 정명을 지켜나갈 인물인지 확인해야 한다. 과거에 비리를 저지른 후보, 신념과 철학이 빈곤한 후보가 없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필자는 무엇보다 주민들만 보며 일하는 정직하고 성실한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지방선거는 우리 지역, 우리 동네를 대표하고 헌신하는 일꾼을 뽑아야 하는 선거다.

공천과정도 확 바꿔야 한다. 공천의 기준이 제사람 챙기기, 당선 가능성에만 집중되고, 시간에 쫓겨 부적격자를 제대로 솎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도 곳곳에서 보인다. 유권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살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 있다. 선거가 끝난 후에라도 각 정당은 후보공천 과정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분명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 정당이 한 지역을 싹쓸이하는 결과도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가 되어버린다면 후보자들에게 유권자는 보이지 않고 공천권자, 권력자만 보이게 된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줄곧 되풀이되어온 지방정치의 독식이 얼마나 지역정치를 후퇴시키고 부작용을 양산해왔는지 냉철히 직시해야 한다.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후보자들의 공약과 됨됨이를 차분히 살펴보고 반드시 투표장에 나가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이고 희망이 되는 나라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후보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성공한 정치가가 되려면 권력이나 대세를 좇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라는 것이다.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바라보며 맡은 바 소임을 다 해나간다면 우리 정치와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존경 받는 리더가 되리라 확신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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