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수온상승으로 최근 30년 동안 지구상 산호 절반이 사라졌다. 영화 산호초를 찾아서 홈페이지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산호초를 찾아서(Chasing Coral)’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만든 제프 올롭스키 감독의 전작은 ‘빙하를 찾아서(Chasing Ice)’였다. 한 장소에서 빙하가 시시각각 녹아 내리는 장면을 일정 기간 동안 촬영해 보여줌으로써 지구온난화를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같은 방식으로 이번에는 형형색색의 산호가 해수온도 상승으로 하얗게 백화 되어 시커먼 시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발견이 폐부를 찔렀다. 나는 산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산호는 나의 삶과 너무도 직결돼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산호는 놀랍도록 신비로운 동물이다. 산호는 한 개체가 수많은 폴립으로 구성돼 있고, 각 폴립은 뼈대, 위, 입, 촉수로 이뤄져 있다. 조직 내에 수많은 미세조류들을 갖고 있는데, 그것들이 광합성을 해서 식량을 생산한다. 낮에는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근처를 헤엄치는 생물을 촉수로 사냥한다. 게, 바다가재, 새우는 물고기들의 서식처가 되어주는 산호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산호초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서로 협력해서 만든 유기적 공동체인 것이다.

해양 생명의 25% 이상이 산호초에 의지해 살아간다. 5억~10억명의 사람들이 산호초 어장에서 먹고 산다. 산호는 신약의 원료이기도 하다. 산호에서 추출한 프로스타글란딘, 브리오스태딘은 암을 퇴치한다. 산호는 태풍으로부터 육지를 지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산호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거대한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자외선 차단제, 화장품 등에 들어가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는 산호에게 치명적이다. 영화 산호초를 찾아서 홈페이지

이런 산호가 죽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지구상 산호 50%가 사라졌다.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플로리다, 하와이, 멕시코, 카리브해, 투발루, 세부, 발리, 태국, 몰디브, 홍해 등 전 지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외선 차단제, 화장품 등에 들어가는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는 산호에게 치명적이다. 더 큰 원인은 수온상승이다. 2도 상승한 해수온도를 산호는 견디지 못한다. 사람이 39도 체온으로는 살 수 없는 것과 같다. 괴물 같은 열기가 지나가는 바다에서 산호초는 불과 몇 주 사이에 하얗게 되어 죽어간다.

제작팀은 사투를 벌이며, 산호초가 죽는 과정을 수중 촬영으로 기록해 낸다. 어떤 공포영화보다 큰 두려움이 밀려왔다. 인간이 지금 이 행성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우리 아이들은 이 별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산호초의 죽음은 바다 나아가 지구 전체 생태계의 죽음을 의미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영화 속 사진작가는 말한다. “산호가 말하는 듯 했어요. 나를 봐. 제발 알아줘.”

여름이 됐는데도 미세먼지로 숨 막히는 오늘, 지방선거 후보들 중 어떤 후보가 죽어가는 생명 공동체를 살릴 살림의 정치, 녹색 정책을 말하는지 면밀히 살펴본다.

황윤 영화감독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