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의 입기, 읽기] 멋진 옷차림 시작은 몸 관리와 깨끗한 세탁

입력
2018.05.02 04:40
1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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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왕이면 멋지게 차려 입고 싶어한다. 감각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알아서 잘 하고 있겠지만 딱히 별 생각이 없다가 신경을 써보기로 한 이들을 위해 각종 패션 팁들이 있다. 하지만 옷을 입은 모습은 몸의 형태와 동작의 특징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전혀 다른 사람을 고려하고 만들어진 제안은 막상 따라 해보면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멋진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최고로 트렌디한 제품을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는 지속 가능한 패션이나 모피 반대 등 사회적 관심을 보이는 패션이 멋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뭐가 됐든 편한 게 최고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이트하게 온 몸을 압박하는 불편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있다.

물론 자신을 파악하고 동시에 트렌드의 흐름도 정밀하게 파악해 그 사이의 접점을 찾아 적용해 가는 게 멋진 모습의 가장 이상적인 답이다. 하지만 사실 이건 불가능하다. 패션에 그 정도의 시간과 비용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할 일도 많다.

패션에 무관심하게 살다가 문득 멋지게 보이려는 목표를 잡아봤자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멋진 옷차림 역시 시행착오와 도전, 감각의 훈련과 반복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런 이룰 수 없는 목표를 정해놓고 돈만 쓰다가 금세 좌절하느니 쉽고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는 게 낫다. 할 수 있는 만큼 잘 하는 게 때로는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사실 옷이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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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함은 오랜 시간 동안 멋진 모습의 기본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 들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멋짐의 기준을 타인의 시선에서 자기 자신의 만족으로 바꿔가는 큰 흐름의 일부이기도 하다. 굉장히 말랐는데 근육질 혹은 글래머인 체형에 적합하도록 만들어 놓은 옷을 가지고 ‘왜 내가 입으면 광고 사진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며 필요도 없는 좌절을 하던 시절을 끝내보려고 많은 이들이 지금도 패션 안팎에서 노력하고 있다.

즉 멋진 모습을 꿈꾸기 시작했을 때 출발해야 하는 지점은 바로 건강 관리다. 이는 연예인 같은 특출난 체형을 만들어 보자는 게 아니고 상쾌한 기분으로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도록 체력을 관리하는 걸 의미한다. 왜냐하면 멋진 모습의 많은 부분은 사실 옷 보다는 얼굴빛과 표정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어두운 표정에 지친 모습으로는 뭘 입고 있어도 별 소용이 없다.

또 하나는 적절한 주기의 세탁이다. 세탁소에 맡기든 직접 하든 상관은 없지만, 옷의 주인이자 책임자로서 세탁은 기본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세탁은 위생의 측면에서 건강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그 옷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옷이나 옷감의 특징을 알아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옷의 사용과 관리의 흔적이 주는 매력은 점점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반짝이는 새 옷만이 패션의 해결책은 아니다.

유달리 남다른 패션을 선호하는 게 아니라면 옷을 구입할 때부터 세탁이 쉬운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 옷은 대부분 일반적인 옷감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장식이 붙어 있지 않다. 그만큼 재활용도 용이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패션에 대해 어떤 취향이나 목적을 추구하고 있든지 신체의 관리와 옷의 관리는 사람과 옷의 매력을 함께 이끌어 내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이렇게 반복하다가 혹시 더 흥미가 생기면 그때 가서 더 넓고 깊게 나아가 보면 된다. 그게 아니라도 저 둘만 계속 하는 정도로 일단은 충분하다. 딱히 유난스럽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멋진 모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굳이 멋진 모습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존중 받아야 할 삶의 방식이다. 다만 아무리 자유를 갈망하더라도 사회 안에서 함께 지내고자 한다면 저 둘 중에 세탁처럼 기본적으로 유지해야 할 조건이 있다는 것 정도만 염두에 두면 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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