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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2000년 6ㆍ15, 2007년 10ㆍ4에 이은 세 번째다.

우리 국민은 갈망할 것이다. 아니 전세계가 기대할 것이다. 4ㆍ27 정상회담이 성공하기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 종전과 비핵화를 선언하고, 5월 말~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실천 로드맵이 나온다면…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그러나 희망과 현실은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우리 국민은 지난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부푼 기대가 바람 빠지듯 사그라지는 상황을 체험했다.

2000년 정상회담 후 남북 간 화해무드가 북미 간 평화체제 구축으로 진전됐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박자가 잘 맞는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이 물러나고 엇박자의 공화당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고, 북한이 비밀리에 핵 개발을 계속하면서 1차 정상회담은 더 이상의 탄력을 받지 못했다.

2007년 정상회담도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말이라는 점 때문에 분위기가 뜨지도 못했지만, 합의만큼은 담을 것을 다 담았다.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한다,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한다,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설치한다,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 한다… 등등의 합의는 실천만 됐다면 한반도 상황을 엄청나게 바꾸었을 것이다. 이 합의 역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몇 차례 사건을 겪으면서 단 하나도 실천되지 못한 허언이 되고 말았다.

남북 정상이 처음 만난 이후 18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의 틀과 판은 우리의 소망과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그토록 갈망하던 평화가 정착되는 대신 핵 위협이 현실이 됐다. 그 동안 북한은 여섯 번이나 핵실험을 했다. 김정일이 2006년과 2009년 두 번, 김정은이 2013년, 2016년 두 번, 2017년 등 네 번을 했다. 미사일은 2012부터 2017년 사이 무려 86번이나 쏘아 올렸다. 이에 따른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은 2006년 10월 북의 첫 핵실험(결의안 1718호)부터 2017년 12월 화성_15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결의안 2397호)까지 모두 19개가 발효 중이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그 이후의 우여곡절을 되돌아보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과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은 변죽을 울리지 말고 핵심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핵심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단기간에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와 실천의 방식을 놓고 리비아식이나 이란 모델 등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점은 과거처럼 북한의 시간 벌기로 악용된 ‘단계별 폐기와 보상’은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핵 시설의 영구 불능화에 1개월, 매몰에는 1년 걸린다고 하니 비핵화 조치는 1년 이내에 완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후속조치도 정교하게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탈퇴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약(SA),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조속히 재가입하고 IAEA 감시요원 북 핵 시설 상주, 핵 시설 정기 점검, 의심지역 특별 수시 점검 등의 조치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 후 이 수순을 정확히 밟기 전에는 현재 가동 중인 안보리 제재와 개별 회원국 제재를 섣불리 늦추거나 멈춰서는 안 된다.

비핵화 합의와 실천이 단기간에 확실히 이루어지려면 미국과 우리가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적 지원에서 통 크게 나서야 할 것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평화와 전쟁 위기의 갈림길에 서있다. 세계도 신냉전으로 가느냐, 마느냐는 기로에 서있다.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한반도와 국제질서의 흐름을 평화와 번영 쪽으로 이끄는 역사적 분수령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양성철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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