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절반도 못 맞추는 1300만원짜리 간이측정기

입력
2018.04.12 16: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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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도 70% 미만이 절반

내년부터 성능인증제 도입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16개 제품에 대해 성능 평가실험을 하고 있다. 송옥주ㆍ강병원 의원실 제공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16개 제품에 대해 성능 평가실험을 하고 있다. 송옥주ㆍ강병원 의원실 제공

건설현장이나 군부대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절반 가량은 측정기라고 부르기도 무색할 정도의 정확도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국회는 간이측정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내년부터 성능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12일 송옥주ㆍ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시중에 판매되는 간이측정기 16개(설치형 12개ㆍ거치형 4개) 제품에 대해 측정 정확도, 자료 획득률 등 성능 평가실험을 실시했다.

실험결과 측정 정확도가 70%가 안 되는 제품이 16개 중 절반에 가까운 7개였다. 정확도가 70% 미만이면 일반적으로 측정기나 계측기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한 수입산 설치형 측정기는 가격이 1,300만원이나 되지만 정확도는 48.3%로 16개 제품 가운데 가장 낮았다. 86%로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인 제품은 1,100만원짜리 국산 설치형 측정기였다.

간이측정기는 주로 설치 또는 거치 형태로 건설현장, 도로변, 군부대 등에서 많이 쓰이는 데 매출액이 수백억원대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두 의원실의 설명이다. 50~100kg 정도의 무게로 별도 설치가 필요한 설치형 측정기는 가격이 400~1,800만원 수준, 무게가 3㎏ 전후로 공중전화부스 등에 부착할 수 있는 거치형은 80~1,300만원 정도다. 형태별 정확도를 살펴보면 설치형이 71.5%, 거치형은 63.3%였다.

이처럼 간이측정기의 성능이 형편 없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법안소위를 열어 미세먼지특별법에 성능인증제를 포함하기로 했다. 두 의원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대기측정기지침을 토대로 3등급으로 구분한 등급 기준을 제안한 상태다. 성능인증제가 도입되면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를 제작ㆍ수입하는 업체는 환경부의 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다만 시민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센서형 측정기는 정확도가 대체로 50% 미만이라 성능인증제 대상에서 제외하되 구매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제품에 측정 정확도를 표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송옥주ㆍ강병원 의원은 “간이측정기를 사용하는 시민과 민간기관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성능인증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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