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정무비서 “안희정 지사에게 성폭행 당해… 피해자 더 있다”

입력
2018.03.0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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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정무비서 “8개월 간 4차례

미투 운동 후에도 지속” 폭로

安지사, 페이스북 통해 “모두 내 잘못... 도지사직 내려놓고 모든 정치활동 중단하겠다”

안희정 충남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희정 충남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력 차기 대권 후보 가운데 한명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현직 여성 비서가 안 지사에게 수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비서는 안 지사가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적 문제로 드러난 최근에도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성폭력을 인정하고 도지사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하다 정무비서를 맡고 있는 김지은씨는 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19대 대선 직후인 지난해 6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4차례 성폭행과 수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안희정 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지은 비서.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안희정 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김지은 비서.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김씨는 이날 “지난달 25일 밤 안 지사가 나를 밤에 불러 성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안 지사가 나에게 ‘내가 미투를 보면서 너에게 상처가 되는 것을 알게 됐다. 너 그 때 괜찮았냐’고 얘기해 오늘은 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그러는 걸(성폭행을 한 것을) 보니 지사에게 벗어날 수 없겠구나,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절망감을 토로했다.

김씨는 앞서 지난해 9월 스위스 출장 때 자신이 ‘이건 아닌 거 같다’고 얘기했지만 안 지사가 성폭행을 했다고도 했다. 도청 한 인사에게 성폭행 사실을 얘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김씨는 “JTBC 뉴스룸 인터뷰를 앞두고 안 지사와 그 주변인들로부터 전화가 계속 왔지만 받지 않았다”며 “그 전에 안 지사가 ‘미안하다’, ‘괜찮나’, ‘내가 너에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부끄러운 짓을 했다’, ‘네게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성폭행 증거와 관련해 “제가 증거이고, 지사와 있었던 일을 모두다 얘기할 거다. 제 기억 속에 모두 있다”고 힘 줘 말했다.

김씨는 방송 출연 이유에 대해 “인터뷰 이후 나에게 닥칠 수많은 일들과 변화는 충분히 두렵지만 지금 나에게 제일 두려운 것은 안 지사다. 안전을 보장받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방송을 통해 국민들이 나를 지켜주고, 진실이 밝혀지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안 지사로 인한 추가 피해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씨는 “그를 막고 싶었고,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안다”며 “국민들이 나를 지켜준다면 그 분들(추가 피해자들)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TBC는 이런 김씨의 주장에 대해 안 지사 측이 부적절한 성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합의에 의한 것으로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해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씨는 “그 부분(성폭행과 성추행)은 안 지사가 무엇보다 잘 알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김지은씨의 성폭행 폭로가 있기 앞서 이날 오전 안 지사는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최근 확산 중인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폭로에 충남도청 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 직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충남도청 직원은 물론 도민의 명예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변호인단을 꾸려 이르면 6일 성폭행 혐의로 안 지사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부로 도지사직을 내려놓겠다. 일체의 정치 활동도 중단하겠다.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모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다. 모두 다 제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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