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있다는 거냐, 아니냐” 판사들 의견 갈려

입력
2018.01.22 17:54
6면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법원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가 공개된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법원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법원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가 공개된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 법원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모호한 판단이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22일 추가조사위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다. 조사위가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문건들을 ‘블랙리스트’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무책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추가조사위 측은 이날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정당한 절차 없이 동향파악과 성향 분석한 문건이 다수 발견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개념에 논란이 있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동향 문건은 있지만, 그것이 블랙리스트 문건인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는 엇갈린 의견이 충돌했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구체적인 이름들이 열거된 리스트가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인사 등 구체적인 불이익을 받은 사례가 나온 것은 아닌 만큼 블랙리스트라는 말을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보면 실제로 불이익을 본 사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며 “불이익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동향 문서들을 보면 각 사안별로 실제 판사들의 이름이 상당수가 적시돼 있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사위 결과의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애당초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사위원회가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을 피했다는 점에서, “하라는 블랙리스트 조사가 아니라 (동향문건 존재라는) 별건 조사만 하고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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