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오더 받았나” “박근혜때나 그랬지”… 낯뜨거운 국회

입력
2017.12.19 16: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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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ㆍ고성 오간 운영위

野, 임종석 UAE 의혹 추궁 개최

與의원, 관례 어긴 소집에 항의

수준 낮은 언어로 서로 조롱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정 협의 없이 자유한국당에서 일방적으로 회의를 개회했다며 항의하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물컵을 건네며 무마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정 협의 없이 자유한국당에서 일방적으로 회의를 개회했다며 항의하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물컵을 건네며 무마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청와대에서 오더 받았나. 깽판 치려고 왔나.”(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박근혜 때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은 할 말 다해.”(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야 원내 지도부 중심의 국회 운영위원회가 난장판이 됐다.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을 따지겠다며 일방적으로 운영위를 소집하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회의 자체를 저지하며 소동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수준 낮은 언어로 서로를 조롱하며 저질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

한국당 운영위원들의 소집 요구로 19일 개회된 운영위는 시작부터 파행으로 점철됐다. 이미 원내대표 교체로 운영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하는 정우택 전 원내대표를 편법으로 위원장 자리에 그대로 둔 채 한국당이 정치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우택 위원장은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워 김선동 전 원내수석부대표가 간사 자격으로 사회권을 넘겨 받아 회의를 진행하는 기이한 장면도 연출됐다.

민주당은 박홍근 수석을 홀로 참석시켜 일방적 회의 개최 시도에 항의했다. 박 수석은 발언권을 요청했다 거부당하자 “마이크를 안 주신다면 (회의를) 막을 수밖에 없다”며 위원장석 앞에 서서 발언을 이어갔다.

이로부터 25분 동안 박 수석과 한국당 의원들의 긴 설전이 이어졌다. 박 수석은 “일방적이고 불법적으로 소집된 회의”라며 “바쁘신 분들이 안건도 없는 회의를 왜 하나. 상임위에 가서 법안심사를 하시라”고 비판했다. 이에 새로 운영위에 참석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의사진행을 방해하라고 한 것이냐”고 비난했다. 장제원 의원도 “사진을 자꾸 찍히면 지역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박 수석은 “본인이나 신경 써라”라며 맞받아쳤고, 장 의원은 “청와대에서 이렇게 하라고 오더를 받았나. 창피한 줄 알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수석은 “옛날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알아서 충성했는지 몰라도 우리는 할 얘기 다 한다”고 반박하며 산회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수석이 항의 발언을 마치고 퇴장한 뒤에도 한국당, 국민의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운영위는 40여 분간 지속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파행의 전조는 한국당이 관례와 어긋나게 일방적으로 운영위를 소집하면서 예견됐다. 한국당은 국회법 52조에 따라 합법적으로 소집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례상 운영위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참석하는 상임위인 만큼 개회 여부와 안건, 증인 출석을 논의할 때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왔다. 이번에는 한국당이 일방적으로 회의 전날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특히 한국당은 임종석 실장에게 출석요구서도 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를 열어 운영위 자체를 정치공방 장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정현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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