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Talk] 똑같은 교복 입고 똑같은 춤... 프듀와 뭐가 다르지?

입력
2017.11.01 16:5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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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믹스나인’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연한 가수 씨엘(오른쪽)이 연습생들을 평가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JTBC ‘믹스나인’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연한 가수 씨엘(오른쪽)이 연습생들을 평가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KBS ‘더 유닛’ JTBC ‘믹스나인’

‘재기ㆍ갱생’으로 차별화 했지만

시작부터 베끼기ㆍ편파 논란 진땀

데뷔 3개월차에 “재기” 내세우고

“외모 보고 뽑겠다” 모호한 기준

업계 빈부차 환기는 흥미로웠지만

실패했던 책임을 개인에 넘겨 불편

또 오디션프로그램이다. 남녀 출연자를 섞었고 ‘재기’, ‘갱생’이라는 수식으로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결국 제2의 ‘프로듀스 101’이다. 지난주 첫 전파를 탄 KBS2 예능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더 유닛’), JTBC 예능프로그램 ‘믹스나인’은 매우 낯익은 모양새를 지녔다. ‘더 유닛’은 걸그룹 스피카의 양지원, 티아라의 한아름, 남성그룹 유키스의 준 등 기성 가수들을 내세웠다. 그동안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던 아이돌 가수들을 선별해 재교육시킨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기성 가수뿐 아니라 신인배우, 연습생도 등장하면서 본래의 취지가 흐려졌다. 여기에 편파 분량, 베끼기 논란까지 ‘프로듀스 101’이 겪은 홍역을 그대로 치르고 있다.

‘믹스나인’은 대형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YG)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획사의 연습생을 구제하러 나서는 틀을 내세우고 있다. YG의 양현석 대표가 중소기획사를 찾아가 재교육할 연습생을 발탁한다. 이미 데뷔한 아이돌 가수부터 연습생, 다른 오디션프로그램 출연자까지 등장해 기존 오디션프로그램과 비슷한 구성을 보인다. “외모를 보고 뽑겠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참가자는 배제하고 싶다” 등 모호한 심사 기준으로 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작부터 여러 논란으로 진땀을 빼고 있는 두 프로그램을 한국일보 엔터테인먼트팀 기자들이 따져 보았다.

JTBC ‘믹스나인’의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공식 노래에 맞춰 단체 군무를 추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JTBC ‘믹스나인’의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공식 노래에 맞춰 단체 군무를 추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승준 기자(양)=“두 프로그램 다 Mnet ‘프로듀스 101’의 색깔을 빼지 못했다. ‘더 유닛’은 그나마 차별성을 둔 것이 ‘아이돌 가수의 재기’라는 콘셉트다. 그런데 취지와 맞지 않는 전개로 그마저도 애매해졌다. 데뷔 전인 연습생 이주현과 신인배우 이정하, 데뷔 3개월 된 걸그룹 굿데이가 재기가 절실한 가수들인지 의구심이 든다.”

김표향 기자(김)=“이미 온라인에서도 그 부분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정하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했는데 귀여운 매력으로 합격했다. 합격 이유가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해주는 긍정적인 에너지’였다. 재기가 절실한 기존 아이돌 가수들이 이를 납득했을지 궁금하다.”

이소라 기자(이)=“‘믹스나인’도 심사기준이 모호하다.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출연한 가수 씨엘은 인상평만 남길 뿐, 실질적으로 연습생에게 도움이 되는 평가와 조언은 미흡했다. 옥석을 가리는 역할은 양 대표가 주로 맡았는데, 어떤 기준으로 뽑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이 연습생을 왜 선발했는지 시청자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있어야 팬심도 붙는다고 본다.”

김=“양 대표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연습생들은 배제하고 싶다’고 했다. 그 후 Mnet ‘슈퍼스타K2’ 출신의 손예림은 탈락하고 SBS ‘K팝스타’ 출신 이수민이 합격했다. 양 대표만의 심미안도 있겠지만, 보면서 불편함을 느꼈다.”

양=“중소기획사에도 정체성이 있는 연습생이 있을 텐데, 이들의 개성이 YG 색깔에 맞지 않으면 등한시한다. 이 프로그램에서의 방향은 또 다른 획일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더 유닛’과 ‘믹스나인’이 공개한 단체 군무 뮤직비디오만 봐도 천편일률적이다. 100여명의 참가자가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표정으로 춤을 춘다. 그 안에서 어떻게 개인의 개성을 보고 데뷔 가수를 선별해야 할지 피로감이 몰려온다.”

KBS2 ‘더 유닛’에 참가한 걸그룹 스피카의 전 멤버 양지원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와이트리 컴퍼니 제공
KBS2 ‘더 유닛’에 참가한 걸그룹 스피카의 전 멤버 양지원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와이트리 컴퍼니 제공

양=“예능 요소는 어떤가. ‘믹스나인’은 강화도 산골 연습생의 일상, 양 대표가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와 투닥거리는 모습 등을 재치 있게 살려냈다. 반면 ‘더 유닛’은 타깃 시청층이 1020세대일 텐데, 신선도가 떨어지고 편집, 자막 등의 기술도 고루했다.”

이=“‘더 유닛’은 기성 가수들의 사연이 신선하지 않다. ‘프로듀스 101’에서 데뷔했던 남성그룹 뉴이스트가 인기를 끈 건 희소성 때문이다. ‘더 유닛’은 참가자 대부분이 같은 입장이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진다.”

김=“‘믹스나인’이 중소기획사를 돌면서 업계의 양면성을 환기시킨 건 흥미로웠다. 강화도 중소기획사에서는 대표가 연습생에게 미안해 울고 있는데, 또 다른 기획사에서는 대표의 수입차가 공개됐다. 좀 더 열악한 기획사를 더 찾아가 균등한 기회를 줬더라면 취지를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

이=“갱생 과정이 연습생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획사의 구조적 문제를 조명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양=“전반적으로 보면 ‘더 유닛’과 ‘믹스나인’은 갱생의 대상을 개인에게 두고 있다. 아이돌 가수가 실패한 이유를 업계 구조,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아이돌 가수의 성공은 콘셉트, 음악 등 기획력이 좌우한다고 본다. 실패의 책임을 전부 참가자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는 보기 불편하다. 가수의 성향에 맞는 음악을 제공하는 등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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