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꿀팁] 우리집 반려견 눈 건강 지키는 법 A to Z

입력
2017.09.26 10:15
동물은 눈이 안 보이면 신변의 안전에 위험을 느껴 모든 행동이 위축되고, 대소변 실수를 포함 삶의 질이 달라진다. 함께 사는 가족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동물은 눈이 안 보이면 신변의 안전에 위험을 느껴 모든 행동이 위축되고, 대소변 실수를 포함 삶의 질이 달라진다. 함께 사는 가족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 15세의 토이푸들이 백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해 내원했다. 앞을 보지 못하니 대소변 실수를 하고 불안감으로 자주 짖고 여기저기 부딪히기 일쑤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반려견을 돌보다 보니 가족들의 생활도 불편해졌다. 백내장은 수정체(렌즈)가 혼탁해져 사물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해서 결국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아이의 두 눈은 모두 과성숙 백내장 단계로 앞을 전혀 보지 못하고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당시 상태로는 아이도 보호자도 모두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보호자는 고령인 반려견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수술을 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수술을 위한 종합 정밀 검사 결과 뜻밖의 문제가 발견되었다. 폐에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악성 폐종양은 생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하지만, 고령의 나이에 폐종양과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여서 우선 폐종양 제거 수술만 하기로 했다. 한쪽 폐엽을 제거하는 수술과 면역세포 치료를 병행한 후, 다행히 아이는 지금까지 잘 생활하고 있다. 반려견에게 6개월의 수명 연장은 사람에게는 3년과 같다.

반려견의 생명은 연장되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반려견과 이를 돌보는 가족의 불편함은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그때 폐 종양 수술 대신 백내장 수술을 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할 정도였다. 이는 그만큼 반려동물에게도 시력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의 시력에 문제가 생겨도 가족이 쉽게 알아채기는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의 시력에 문제가 생겨도 가족이 쉽게 알아채기는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동물의 시력에 문제가 생겨도 가족이 쉽게 알아채기는 어렵다. 때문에 대부분 시력에 상당한 문제가 생긴 후에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시력과 관련된 질환은 다양하다. 외상, 각막질환, 각막 색소 침착, 안구건조증, 녹내장, 백내장, 망막변성, 진행성 망막 위축증, 뇌종양 등이 있다. 

시츄, 페키니즈와 같이 눈이 크고 안면 주름으로 털이 눈을 자극하는 품종은 각막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다치거나 잘못 난 눈썹이 각막을 자극해 각막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주름진 얼굴 구조 때문에 항상 눈 주변이 젖어있어 염증으로 인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생긴다. 이를 못 견디고 앞발로 얼굴을 긁다가 각막을 다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각막의 염증과 자극은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영구적인 각막 혼탁 및 색소 침착을 일으킨다. 악순환을 막으려면 평소 마른 수건이나 티슈로 젖은 눈물을 닦아주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안면주름이 심하면 성형 수술이 필요하고 잘못 난 눈썹은 영구적인 제모가 필요하다. 

목욕하는 과정에서 각막을 다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샴푸 원액이 각막을 다치게 하거나 얼굴을 씻는 과정에서 각막을 건드려 각막 궤양을 유발하는 경우다. 특히 목욕을 싫어해서 온몸으로 거부하는 아이들을 강제로 목욕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들이 자주 발생한다. 저자극 샴푸를 사용하고 눈에 샴푸 원액이 들어가지 않게 주의하고 얼굴을 씻을 때 각막을 건드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츄, 페키니즈와 같이 눈이 크고 안면 주름으로 털이 눈을 자극하는 품종은 각막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주름진 얼굴 구조 때문에 항상 눈 주변이 젖어있어 염증으로 인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생긴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츄, 페키니즈와 같이 눈이 크고 안면 주름으로 털이 눈을 자극하는 품종은 각막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주름진 얼굴 구조 때문에 항상 눈 주변이 젖어있어 염증으로 인한 통증과 가려움증이 생긴다. 게티이미지뱅크

실명을 초래하는 가장 흔한 안과질환 중 하나인 녹내장은 안구 내에서 생성된 안방수(물 모양의투명한 액)의 배출로가 막혀서 눈의 압력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망막의 신경 손상을 유발해서 급성 실명을 유발하기 때문에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눈이 평소보다 커져 보이거나 흰자위의 혈관이 굵어졌거나 심한 통증을 호소할 경우 녹내장을 의심하고 신속히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사람처럼 반려동물도 나이가 들면 눈물이 부족해진다. 눈물은 눈의 이물을 제거하고 각막과 결막의 마찰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눈물이 부족하면 각막과 결막의 마찰이 증가하고 이물이나 세균을 씻어내지 못해 건성 각결막염이 발생한다. 심할 경우 각막 혼탁과 색소 침착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 증상이 가벼울 경우 인공누액을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건조증을 예방할 수 있다.

백내장과 망막변성으로 시력을 잃게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을 해야 한다. 자외선이 많은 날씨에 산책을 할 경우 반려견용 고글을 착용해서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급여하는 사료나 간식, 영양제도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루테인, 제아잔틴, 비타민A, C, E, 베타카로틴이 들어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사료에 천연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들어있다면 백내장과 망막변성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평소 급여하는 사료나 간식, 영양제도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루테인, 제아잔틴, 비타민A, C, E, 베타카로틴이 들어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급여하는 사료나 간식, 영양제도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루테인, 제아잔틴, 비타민A, C, E, 베타카로틴이 들어있는 것으로 선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에게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면, 반려동물에게는 눈이 구백구십 냥인 것 같다. 동물은 눈이 안 보이면 신변의 안전에 위험을 느껴 모든 행동이 위축되고, 대소변 실수를 포함 삶의 질이 달라진다. 함께 사는 가족의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다. 좋은 먹거리의 선택과 정기 검진, 적시 치료로 눈의 건강을 유지해줄 필요가 있다.  

문재봉 수의사ㆍ이리온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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