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이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춤으로 무대에 선 이유

입력
2017.09.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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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대로만 구성된 댄스팀이 춤으로 재현한 '일본군 위안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일본군 위안부'라는 소재로 댄스 무대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일보가 카드뉴스로 정리했습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고가혜 인턴기자

"진짜 멋있지 않니 나도 저런 춤 출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건 마치 짧은 뮤지컬을 보는 듯 해."

하얀 저고리, 검은 치마 차림의 소녀들이 숨바꼭질을 하며 맨발로 자유롭게 뛰어다닙니다.

그러나 곧 일제 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들어와 소녀를 향해 총구를 들이밉니다.

소녀를 들쳐 맸다가 내팽개치는 군인...

바닥을 기던 소녀는 절규하는 표정으로 고향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4분 남짓한 짧은 무대, 일본군 위안부의 서사가 춤으로 강렬하게 재현됩니다.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밝아지니 드러나는 댄서들의 얼굴

4분 동안 무대를 장악했던 댄서들은 모두 앳된 얼굴의 10대였습니다

춤으로 다시 태어난 '민족의 비극'에 객석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고,

위안부 소녀 역을 맡았던 소녀와 일본 군인 역을 맡았던 소년 할 것 없이

무대에서 내려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얘들아 내가 대회 나가서 직접 본 무대야.. 저분들도 끝나고 나와서 울더라."

"1분 쯤에 군인들이 위안부 할머니들 가두는 춤이 있는데 그거 보고 눈물 날 뻔 했다."

"이 꿈 많은 청소년들의 나이가 그때 할머니들의 나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10대 청소년들의 댄스 퍼포먼스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춤은 지난달 열린 '초중고 댄스대회'에서 부천의 한 청소년 댄스 팀이 선보인 창작안무.

페이스북에 올라오자마자 4만8,000회의 '좋아요'와 71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군인들에게 끌려갈 당시와 비슷한 또래인 청소년만으로 꾸려진 댄스 팀

그러나 위안부에 대해서는 역사 교과서로 배운 것이 전부였기에

어린 나이에 표현하기 힘들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회한과 아픔.

이들은 영화 '귀향'을 함께 감상하며, 일본군 위안부의 감정을 상상했습니다.

한 맺힌 감정을 표현해내기 위해 한국무용과 연기도 따로 배웠죠.

무대 마지막을 장식한 대형 태극기는 일제강점기,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손바닥으로 문양을 찍어 직접 만들었습니다.

"다같이 모여 앉아 태극기를 만들 땐, 마치 스스로 독립투사가 된 것처럼 벅찬 감정을 느꼈습니다."

안무 창작에서부터 연습, 무대 공연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만 4개월.

“시험기간과 연습 과정이 겹쳐 부모님과 갈등을 빚었지만, 연습이 끝나자마자 집에 돌아와 공부를 했어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고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도 입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그 동안 들인 노력이 한 번에 떠올라 다같이 한참을 울었어요."

이들은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 등을 소재로 한 안무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라는데요.

"우리의 목표는 춤으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에요."

"어른들은 '춤으로 뭘 할 수 있겠냐'며 색안경을 끼고 우리를 보곤 하지만

무대를 통해 그 편견을 바꿀 수 있다면 충분히 보람찰 것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일보 2017년 9월 7일자 기사 '[영상] “내가 일본군 위안부라는 마음으로 춤을 췄습니다' ( 바로가기 )을 참조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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