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박찬주 대장이 밟은 지뢰는 ‘썩은 군대문화’

입력
2017.08.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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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국민적 지탄 대상이 되고 있는 박찬주 대장을 이등병으로 강등시키자는 청원운동이 한창이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이등병 강등은 불가능하다. 과거에는 이등병 강등이 가능했지만 이중처벌이라는 이유로 법령이 개정된 뒤로 현재는 1계급 강등만 가능하다.

박 대장은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빠졌지만 군내에서는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 받는다. 기갑병과 출신 최초로 대장 계급에 올랐고, 군내 엘리트 그룹으로 평가되는 ‘독사파’(독일 육사 연수자)의 맏형 격으로 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과 육사 37기 동기라는 배경까지 더해 박 대장의 위세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박 대장 부부는 공관병들에게 손목시계형 호출벨을 착용하게 하고 수시로 불러내는가 하면 부엌칼을 도마에 내리치며 조리병을 나무랐다고 한다. 퍼팅 연습을 할 때 골프공을 줍게 하는가 하면 텃밭농사에도 동원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의 최고 어른인 4성 장군이 공관병들을 알차게도 부렸다는 세간의 비난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박 대장 관련 기사 댓글에는 박 대장의 과거 행적을 추가 폭로하는 내용도 이어지고 있다. 박 대장이 지휘관으로 근무한 37사단과 7군단 등에서 복무했던 예비역들이 박 대장에 대한 기억을 뒤늦게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 대장의 태도가 석연치 않다는 말들이 나온다. 박 대장은 군 검찰 조사를 받고 9일 새벽 귀가하는 길에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공관병 갑질 논란과 관련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육군은 지난 2일 “계속되는 의혹에 (박 대장이) 침묵하는 것은 자중하는 것이지,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도 냈다. 조사가 본격화된 만큼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중요해졌지만, 국민적 공분이 왜 일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애당초 부족하다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조차 빗발치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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