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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는 소재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여름, 아니 올 한해 최고 기대작이다. 영화 ‘베테랑’(2015)으로 1,341만 관객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란 사실만으로도 제작 단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혼자서도 몇 백만 관객은 거뜬히 끌어 모을 배우들이 한데 뭉쳤다. 순수 제작비만 무려 220억원. 영화 ‘군함도’(26일 개봉)는 1,000만 흥행에 만족할 수 없는 작품이다.

류 감독은 ‘베테랑’ 이전부터 고심해 온 소재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1945년 일제 강점기 나가사키 인근 하시마 탄광,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아 군함도라 불리는 그곳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종로 일대를 평정한 주먹 칠성(소지섭), 위안부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은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끌려오고, 광복군 요원 박무영(송중기)은 유력 독립운동가 구출을 위해 잠입한다.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자신들의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 몰살을 계획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선인들은 목숨을 건 집단 탈출을 시도한다.

◆영화 ‘군함도’ 20자평과 별점

★다섯 개 만점 기준, ☆는 반 개.

강옥과 소희 부녀를 연기하는 황정민과 김수안의 맛깔스러운 연기 호흡이 영화에 숨통을 틔워준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희석된 ‘가해의 역사’

작고 깡마른 소년들이 개미굴 같은 갱도를 기어가 석탄을 캐고, 가스 폭발과 갱도 붕괴로 숱하게 사람이 죽어나가는 도입부 장면부터 참담하다. 사실적으로 재현된 군함도는 기괴한 이미지로 다가와 관객을 격렬하게 빨아들인다.

영화는 극단적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에서 탈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군함도라는 집단의 역사보다 개인의 서사에 관심을 뒀고, 일본의 잔혹성도 피상적으로 그렸다. 공분의 대상은, 조선 노동자를 기만한 친일파와 극악무도한 부역자, 여자들을 위안소로 보낸 조선인 포주 등이 대신한다. 적폐청산 등 현재적 과제와도 맞닿는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군함도는 본질적으로 일본의 착취와 조선의 피억압 관계 위에 존립한다. 선동을 위한 도식적인 이분법이 아닌, 냉철한 역사인식에 기반한 이분법은 문제될 것이 없다. 이분법을 의도적으로 피하느라 영화에선 ‘가해의 역사’가 희석됐다. 영화가 유발하는 일차적 감정은 분노다. 그러나 그 분노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집단 탈출은 숨 막히도록 스펙터클하다. 그 자체로 탁월한 볼거리이면서 진이 빠질 정도로 감정 소모가 크다. 류 감독이 아니면 시도조차 못할 장면이다. 그러나 탈출의 동력이 내부에 응축된 혁명적 기운은 아니다. 대탈출이 은유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주제의식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개인의 생존 투쟁으로만 소비되는 점은 아쉽다.

김표향 기자

종로를 주름잡은 깡패 칠성 역의 소지섭이 선보이는 맨몸 액션은 단연 압권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볼거리 넘치는 뜨거운 여름 블록버스터

‘군함도’가 불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는 얼음 같다. 똑같이 전쟁 속 탈출 작전을 다루지만 비극을 다루는 방식이 극과 극이다. ‘군함도’가 일부 조선인의 뒤틀린 역사적 인식을 꼬집어 집단의 울분을 이끌어낸다면, ‘덩케르크’는 전쟁 속 개인의 불안한 심리를 차분하게 뒤쫓는다. 전쟁이란 인류의 보편적 비극에 특정 민족이 겪은 설움이 포개지면 격정도 커진다. 그래서 ‘군함도’가 보여준 탈출 작전의 슬픔은 ‘덩케르크’보다 뜨거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본 식민지 시대에 대한 울분이 쌓인 한국 관객들에겐.

그렇다고 ‘국뽕’의 최루탄을 뿌리진 않았다. ‘군함도’의 타깃은 친일 부역자다. 류 감독은 적폐청산이란 화두를 던진다. 다만, 국수주의를 버린 침착함이 독이 될 수도 있다. ‘군함도’의 원흉은 누구인가. 일본에 대한 비판이 도드라지지 않아 정치적 호불호는 엇갈릴 수 있다.

볼거리로 따지면 ‘여름용 블록버스터’다. 탄광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폐부에 석탄 가루가 쌓일 듯 웅장하고 생생하다. 조선 건달 역을 맡은 배우 소지섭과 위안부 여성을 연기한 이정현의 연기가 강렬하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가 재림한 듯한 배우 송중기의 모습은 아쉽다.

양승준 기자

이정현은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 구심점 역할을 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장면, 장면들

700만명은 찾아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인이라면 알만한 소재. 송중기 황정민 소지섭 등 스타 배우를 끌어 모았으니 볼거리에 대한 기대도 충족시켜야 한다. 물량 지원을 바탕으로 대중의 기호에 적극 호응하며 흥행몰이에 나설 수도 있었을 텐데 류 감독은 어깨를 누르는 중압감에도 남들이 가지 않을 길을 택했다. 극악한 일제보다 내부의 적, 친일 부역자들에게 비판의 화살을 더 날린다. 일제에 빌붙어 부와 권력을 탐했던 자들에 대한 단죄는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에 더 의미 있다. 단순한 ‘반일 영화’에 그치고 싶지 않은 감독의 야심이 드러난다. 하지만 통쾌함의 공감보다 논란의 여지가 클 수 있다. “조선 X은 어쩔 수 없어”와 같은 대사를 자기비하로 여길 관객이 적지 않을 듯하다.

여러 인물들의 풍진 사연은 영화를 전진시키는 에너지이자 무거운 짐이다. 이야기 전개는 빠르나 매끄럽게 나가지는 못한다. 인물들의 곡절을 풍성하게 소개하고 이들이 맺는 관계와 인연의 결과를 정밀하게 그리기에 상영시간 132분이 짧다.

류 감독의 도드라진 장기인 액션이 돋보인다. 칠성과 일제 앞잡이 종구가 목욕탕에서 펼치는 대결, 징용자들과 일본 군인들이 맞서는 탈출 장면 등만으로도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

라제기 기자

실제 군함도의 3분의 2를 재현한 영화 속 군함도는 기괴한 이미지로 관객을 압도한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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