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감독 “안방 분위기 만들어 준 한국 관중들께 감사”

입력
2017.06.1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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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두다멜(오른쪽) 베네수엘라 감독이 11일 잉글랜드와 U-20 월드컵 결승에 앞서 상대 폴 심프슨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수원=AP 연합뉴스
라파엘 두다멜(오른쪽) 베네수엘라 감독이 11일 잉글랜드와 U-20 월드컵 결승에 앞서 상대 폴 심프슨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수원=AP 연합뉴스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U-20 월드컵 결승전 휘슬이 울린 11일 오후 7시. 지구 반대편 베네수엘라는 일요일(11일) 새벽 6시였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 혼란으로 지금 전쟁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지난 3월 말부터 니콜라스 마두로(55) 대통령의 퇴진과 조기 선거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높은 범죄율, 식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사회 불안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동안 반정부 시위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70여 명에 이른다. 지난 8일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의 동쪽 차카오 지구에서 열린 집회 행진에 참여한 열일곱 살의 네오마르 란데르 군이 숨져 충격을 줬다.

이런 와중에도 수도 카라카스에는 잉글랜드와 결승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베네수엘라 선수들도 비통함에 빠진 국민들을 생각하며 90분 동안 사력을 다했다. 16강부터 4강까지 모두 연장 접전을 펼쳐 체력은 바닥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 축구 팬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라파엘 두다멜(44) 베네수엘라 감독은 경기 후 “이른 새벽에도 응원을 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 우승 컵을 가져가고 싶었지만 아쉽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희망차게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이날 3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모여 결승전을 관전했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0-1로 뒤진 후반부터 관중들은 일제히 ‘베네수엘라’ ‘짝짝짝 짝짝’을 외치며 힘을 보탰다. 파도타기 응원이 펼쳐지기도 했다. 두다멜 감독은 “많은 분들이 응원해줘서 마치 홈에서 경기하는 듯 했다.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졌지만 최선을 다했다. 또한 잉글랜드 골키퍼의 기량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51년만에 정상에 오른 폴 심프슨(51) 잉글랜드 감독도 “굉장한 하루였다. 우리가 대회를 위해 처음소집 했을 때 선수들은 모두 ‘우승이 목표’라고 했다. 이를 이루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했다”며 “기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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