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 이탈리아의 ‘안방’으로 변신한 이유는?

입력
2017.06.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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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선수들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3,4위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루과이를 누른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AP 연합뉴스
이탈리아 선수들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3,4위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루과이를 누른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AP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마치 홈에서 경기하는 듯한 일방적인 응원 속에 우루과이를 누르고 3위를 차지했다.

이탈리아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3ㆍ4위전에서 전ㆍ후반을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우루과이를 4-1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 3ㆍ4위전은 연장 없이 바로 승부차기를 치른다.

경기 내용은 우루과이가 우세했다. 우루과이는 볼 점유율에서 52대48로 앞섰고 24개의 슈팅을 날려 이탈리아(6개)를 압도했다. 하지만 결정력 부족과 상대 골키퍼 안레산드로 플리차리(17ㆍAC밀란)의 눈부신 선방에 울었다. 2000년생의 어린 유망주인 플리차리는 주전 수문장 안드레아 자카뇨(20ㆍ프로 베르첼리)를 대신해 이날 처음 출전했다. ‘빗장수비’의 나라답게 후보 골키퍼 실력도 대단했다. 플리차리는 상대의 날카로운 슈팅을 수 차례 막아내며 경기를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승부차기에 들어가자 경기장을 찾은 약 1만 명의 관중 대부분이 우루과이에 야유를, 이탈리아에는 응원 함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최근 발생한 인종차별 논란 때문이었다. 우루과이 페데리코 발베르데(19ㆍ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4일 포르투갈과 8강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두 손으로 눈을 찢는 세리머니를 펼쳐 도마에 올랐다. 눈이 작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행동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 내용은 영국 BBC 등 외신을 통해 전 세계로 전해졌다. 발베르데는 “친구를 위한 개인적인 세리머니였다”고 해명했지만 우루과이 선수들이 집단으로 비슷한 행동을 취한 사진마저 공개돼 비판의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관중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이탈리아 수문장 플리차리도 숨겨놓은 솜씨를 뽐냈다.

선축을 한 우루과이는 1번 키커가 성공했지만 2,3번 키커의 슈팅은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몸을 날린 플리차리에 잡혔다. 반면 이탈리아 키커들은 포르투갈과 8강에서 상대 5,6,7번 키커의 슈팅을 모두 쳐내 유명세를 탄 우루과이 골키퍼 산티아고 멜레(20ㆍ페닉스)의 현란한 움직임에 속지 않았다. 끝까지 멜레의 움직임을 본 뒤 반대편으로 공을 차 1~4번 키커가 모두 성공하며 4-1로 손쉽게 승부차기를 끝냈다.

우루과이는 이번 대회 8강부터 4강, 3ㆍ4위전까지 모두 승부차기를 소화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과거 승부차기는 A팀(선축), B팀(후축)이 번갈아 차는 ‘ABAB’ 방식이었지만 나중에 차는 팀이 훨씬 압박감이 크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자 FIFA는 규정을 바꿨다. A팀 첫 번째 키커 이후 B팀이 두 번 차고 다시 A팀이 두 번 차는 이른바 ‘ABBA(아바)’ 방식이 이번 대회에 새로 도입됐다. 공교롭게 우루과이는 나중에 찬 8강만 승리하고 먼저 찬 4강과 3ㆍ4위전은 모두 졌다. 선축의 유리함을 없앤 ‘아바’가 위력을 톡톡히 발휘한 셈이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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